감, 사과 등이 주렁주렁 열리고 수확되는 풍요로운 가을이다. 특히 남녘으로 갈수록 감은 풍성해진다. 감의 고장이라고 일컬어지는 경북 청도군. 경북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경남 밀양, 창녕과 거의 밀접해 있으니 참으로 멀기도 하다. 청도로 진입하면서 절로 탄성이 나온다. 마을은 온통 감나무로 일렁댄다. 붉디 붉은 감나무 밭이 지천이고 감 수확에 풍요로움이 넘쳐난다.

여행은 읍내에서 멀지 않은 화양읍에서 시작한다. 청도소싸움경기장(화양읍 삼신리 693-2, 054-370-6371), 와인터널(화양읍 송금리, 054-371-1904, www. gamwine.com), 용암온천(화양읍 삼신리, 054-371-5500, www.yongamspa .co.kr)을 대표적인 여행지로 꼽을 수 있겠다.
우선 소싸움 경기장을 찾는다. 청도소싸움 놀이 한번은 보고 싶었다. 원래 해마다 봄이 되면 전국민속투우대회축제를 통해 행해졌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소싸움대회로 알려져 있고 1999년에는 문화관광부 지정 ‘한국의 10대 지역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면서 2011년 9월경 원형경기장을 만들어 상설화했다. 경마나 경륜처럼 돈을 걸 수 있다. 관람객은 의외로 많지 않다. 두 마리의 싸움소가 직경 39m의 원형경기장으로 들어선다. 경기가 시작된다. 밀치기, 뿔걸이, 들치기, 머리치기, 뿔치기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인다며 아나운서가 해설한다.
서로 뿔에 받쳐 피가 낭자하다. 일찍부터 성질이 강하고 포악한 소들을 선발해 트레이닝을 시켜 싸움대회에 나서는데, 전국 쌈소들이 이곳을 찾는 것이다. 주인들은 돈을 벌고 관람객들도 배팅을 걸 수 있다. 일종의 도박처럼 느껴지지만 액수는 1인당 한 경기에 100원에서 10만원까지 걸 수 있다. 매주 토·일요일에 하루 10차례씩 경기를 진행하고 입장료는 무료다.
근처에 와인터널이 있다. 이 지역 특산물인 감을 이용해 감와인을 만들어 성공을 이뤘다.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옛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1015m 길이의 와인터널 안. 1904년 완공된 경부선 남성현 터널로 1937년 아랫마을에 복선 터널이 생기면서 폐쇄됐다. 일제 때 만들어진 철길은 아직도 보기만 해도 견고해 보인다. 철길을 따라 와인터널 속으로 들어가면 시음장과 레스토랑, 와인 저장고 등의 시설이 마련돼 있다. 와인터널 앞에 대적사 오르는 길이 있다. 대적사는 신라 헌강왕 2년(876) 보조선사가 창건했다는 천년고찰이다. 보물로 지정된 극락전(보물 제836호)이 있다.
또 송금마을은 150가구의 아담한 녹색농촌테마마을. 와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 ‘떼루아’의 촬영지다. 온 마을은 감천지다. 도로변 언덕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사이 기차가 달려온다. 시야가 환하게 맑은 날이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날이다.
가을해는 짧다. 용암온천에 하룻밤을 유한다. 지하 1008m의 암반에서 솟아나는 섭씨 43도의 게르마늄 유황온천수다. 식히지 않아 천연 그대로의 수질을 자랑한다. 시설이 빼어나지 않아도 찾는 이들은 많다.
청도에는 대표적인 명소, 운문사(운문면 신원리 1789, 054-372-8800)가 있다. 가는 길목에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언덕에서 동창천을 내려다보고 있는 정자 삼족대(경북 문화재자료 제189호, 매전면 금곡리)가 있다. 학일산 자락의 기슭에 지어진 삼족대는 400여년 전 지어질 때부터 그 물길 그대로 흘러내리는 동창천을 내려다보고 서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김대유(1479∼1551)선생이 기묘사화때 벼슬자리에서 밀려나 고향으로 내려와 정자를 짓고 후학을 길러내던 곳이다. 이어 운문사에 인접하면서 만나는 운문댐의 호반 정경은 아름답고 운치가 있다.
운문사 들어가는 돌담장과 단풍이 어우러진 길은 어느 누구라도 카메라를 꺼내들게 마련이다. 가을 빛이 참으로 곱다. 비구니들의 청아한 염불소리가 들리는 곳. 이는 학인 스님들이 공부하는 4년제 승가대학이 있기 때문. 예불을 마친 비구니승들이 우루루 법당을 빠져 나와 전용공간으로 들어간다.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 안쪽으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눈길을 잡아 끈다.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 18년(557)에 한 수도승이 깨달음을 얻은 후 지었다는 천년고찰. 호거산(515m)에 폭 파묻혀 있다.
경내에는 금당 앞 석등(보물 제193호), 동호(銅壺, 보물 제208호), 원응국사비(보물 제316호), 석조여래좌상(보물 제317호), 사천왕석주(보물 제318호), 삼층석탑(보물 제678호), 운문사의 400년이 넘는 처진 소나무(천연기념물 제180호)가 있다. 이 소나무는 봄, 가을로 막걸리 열두 말을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운문사 대웅보전 뒤로 올려다 보이는 암자가 있다. 북대암이다. 운문사를 한눈에 보려면 북대암을 올라야 한다. 차로 8부 능선까지 오를 수 있다. 지룡산(658m) 우뚝 솟은 암봉 아래 오롯하게 자리잡은 작은 암자. 운문사의 전경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하산 길은 운문사의 명물,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진 솔숲을 따라 걷는다. 약 600m 되는 길이의 평화로운 솔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참선을 한 듯 차분해진다.
이 가을, 감따기 체험은 빼놓을 수 없으리. 청도 감은 씨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 지역에는 수꽃이 피는 품종이 거의 없단다. 수정이 되지 않은데 어떻게 감이 열릴까? 감은 암꽃만 맺히거나 암. 수꽃이 따로 맺히는 단성화란다. 감은 다른 과수와 달리 씨가 없어도 과육이 잘 자란다. 청도 감은 생긴 모양이 둥글납작해 반시(磐枾)로 불린다. 청도반시는 씨 없는 감으로 육질이 연하고 당도와 수분이 높아 홍시 중 최고로 꼽힌다. 이 지역 감은 곶감은 만들 수 없어 모두 홍시로 만들어서 판매한다.

여행정보

○ 찾아가는 길 : 경부나 중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바꿔타고 가다 여주갈림목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 탄다. 다시 신대구에서 부산간고속도로에 올라 청도나들목으로 나오면 바로 읍내다.
○ 추천 별미집 : 산동관(054-372-3215, 금천면 동곡1리 711-3, 한우, 불고기), 청도고향갈비(054-373-1661, 고기류), 하늘정원(054-373-3334, 하양읍 삼신리 880, 한식)등이 있다. 한재골은 미나리 산지,. 미나리사랑(054-371-7031. 미나리를 곁들인 삼겹살구이와 미나리 비빔밥) 등의 식당이 즐비하다. 중국음식점 강남반점(054-373-1569, 금천면 동곡리)은 ‘스님짜장’과 ‘스님짬뽕’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누린다. 청도역 앞에는 추어탕이 유명하다.
○ 숙박정보 : 고택이 즐비한 금천면 신지리의 선암서원(070-4150-8445)에서 운영하는 한옥체험관이 있으며 용암온천이나 모텔을 이용하면 된다.
○ 주변볼거리 : 청도읍 신도리는 새마을운동 발상지다. 눈요기는 마을 앞 신거역에 전시된 열차는 박 대통령이 탑승했던 전용열차다. 코미디철가방극장(02-703-1950, 풍각면 성곡리)은 개그맨 전유성씨가 만든 코미디 전용극장. 밖이 보이는 40석 무대로 ‘코미디도 자장면처럼 배달된다’는 의미로 3층 높이의 철가방 모양으로 건축됐다. 20명 이상 단체일 경우 공연시간도 마음대로 예약할 수 있다. 또 화양읍의 청도한옥학교(054-373-8556)에서는 체험이 가능하다.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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