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주요 산업에서 오랫동안 1등을 유지해온 기업들이 2등 기업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소비재 산업에서 P&G가 유니레버를, 자동차 산업에서 도요타가 GM을, 그리고 화학 산업에서 다우케미컬이 듀폰을 따라잡으면서 영원한 1등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 연구에 따르면 선두 기업 중 절반은 결국 사업에서 철수하고, 10% 정도만이 1등을 유지한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100대 기업을 보면 절반에 가까운 48개는 2001년 이후 새롭게 100대 기업에 진입한 기업들이다. 이렇듯 상위 기업들의 부침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현재 지속적으로 약진하고 있는 2등 기업과 과거 2등에서 1등으로 올라선 기업의 성장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속적으로 고성장을 유지해온 2등 기업은 △후발 기업의 이점을 적극 활용하고 △고수익 분야에 집중하여 역량을 키우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적절한 시점에 기존 사업의 틀에서 벗어남으로써 시장 주도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2등 기업은 시장에 최초로 진입하기보다는 최적의 타이밍에 진입함으로써 선발 기업이 경험한 시행착오를 피하고 투자비용을 절감하는 등 후발 주자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다. 음반회사로 잘 알려진 EMI는 컴퓨터 단층촬영기를 최초로 개발했다. 하지만 EMI가 출시한 단층촬영기는 기술이 불안정하고 사용법이 워낙 어려워 의료 기관에서 도입을 꺼려했다. GE는EMI의 기술을 활용하면서 사용이 편리한 제품을 개발해서 1978년 단층촬영기기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선 이후 현재까지 의료기기분야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2등 기업은 1등 기업과 무리한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시장에 집중해 고수익을 창출한다. 제록스는 복사기 1위 기업인 캐논과의 차별화를 위해 문서관리 솔루션과 사무 효율화 컨설팅 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했다. 코스트코는 구매력이 높은 사업자와 고소득 개인 고객에게 집중하는 회원제 소매업을 통해 부동의 1위 업체인 월마트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수성의 부담 때문에 기존 사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1등 기업에 비해 부담이 덜한 2등 기업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혁신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P&G가 소비재 산업에서 1등으로 올라선 데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세제와 각종 일회용 제품 등1등 기업의 경쟁력을 무력화시키는 ‘와해성 혁신’이 큰 몫을 담당했다. 닌텐도는 비디오 게임이 젊은 남성의 문화라는 통념을 깨고 고객의 연령과 성별의 벽을 허물기 위해 단순하고 조작이 편리한 게임기 ‘위(Wii)’를 개발해고성능 그래픽과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앞세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앞설 수 있었다.
후발 기업은 1등으로 올라선 2등 기업의 전략을 거울 삼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1등 기업 역시 2등 기업의 강점을 습득함으로써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내거나 1등 기업의 타성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원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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