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9월 27일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장류와 막걸리, 재생타이어 등 총 16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1차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4일 2차 발표를 통해 두부, 김치, LED 등 25개 품목을 추가로 선정했다.
그러나 동반위가 적합업종을 선정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시장참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그 이행 여부다. 만약 해당 대기업이 반발해 이행을 미루거나 지키지 않을 때는 사실 제재수단이 별로 없다.
그 때문에 적합업종에 대한 법제화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 노영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과 같은 당 김재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최근 대·중소기업 간 핫이슈는 바로 적합업종 선정 논란이다. 중소기업들이 충분히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시장에서는 대기업의 진입을 규제해야 한다며 중소기업들은 적합업종 선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들은 적합업종 선정은 시장기능을 해치는 것이며 보호에 의해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이처럼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것은 외국에도 사례가 없는 지나친 인기영합주의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중견기업 규제 고민 필요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왜 적합업종 선정은 계속 추진되고 있으며 법제화 추진에까지 이른 것일까. 그 배경에는 대기업들의 자본력에 의지한 지나친 탐욕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번 적합업종 선정에 있어서 짚고 넘어가야할 논란의 하나는 대상 대기업의 기준이다. 현재 논란 중에 있는 일부 품목에서 소위 중견기업이라 할 수 있는 기업들이 생산하는 품목이 적합업종 적용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두부, 장류를 생산하는 풀무원과 샘표식품 등이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의 기준은 자산 5조원 규모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계열사인데, 이번 적합업종 선정에 있어서 대기업 기준은 사업이양 품목에만 적용하고 나머지는 중소기업기본법상 근로자 수 300인 이상 기업으로 그 적용범위를 넓혀 놓았다. 그렇게 되면 풀무원이나 샘표식품과 같은 중견기업들이 대기업에 해당되고 적합업종 선정의 대상이 되게 된다.
과연 이들 기업들을 대기업 집단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규제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돈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기업 경영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대기업 집단들과 이들 중견기업들을 함께 묶어 취급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적합업종 로드맵 마련해야

그리고 적합업종으로 선정됐다고 하더라도 그 이행 여부의 문제가 있다. 동반위에서 어렵게 만들어 낸 선정결과에 대해, 대기업에 그 이행을 권고하는 수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물론 법제화 추진은 대기업이 선정결과를 이행토록 하는 일종의 압박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동시다발적인 추진보다는 선정결과에 대한 조정 및 이행기간을 두고, 추후 이행여부에 대해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부여할 것인가 등을 포함하는 적합업종 선정 로드맵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동반위는 앞으로 적합업종 선정과정에서, 업계 현실에 대한 인식과 전문성이 부족하다거나, 시간에 쫓긴다거나, 성과를 위해 품목 수에 집착한다거나, 아니면 인기영합주의는 아닌가 하는 세간의 비판과 의혹을 떨쳐버릴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기업들의 보다 능동적인 참여와 동반성장에 대한 진정한 인식변화가 있어야 문제해결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법제화라는 강수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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