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며칠 전
‘마지막 철새’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해서 함께 산다. 그러나 함께 살기 때문에 사랑이 식는다는 모순. 그 결혼의 모순을 무엇으로 해결할까.’
우리나라 최초의 웨딩 매거진(결혼잡지)이었던 ‘신부’라는 잡지의 창간호가 내걸었던 결혼의 모순이다. 말하자면 좋은 사람과 같이 살고 싶어 결혼하지만, 같이 살기 때문에 미워지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
사랑이 식은 사람과 함께 사는 모순은 그래도 낫다. 더 지독한 모순도 있다. 분명히 미워하고 마주 싸워야 할 상대, 싸워서 이 쪽이 이겨야 상대를 웃으며 함께 사는 경우는 어떤가?
이른바 적과의 동침을 제일 실감 있게 보여준 최근의 일은 대선 직전에 터졌다. 한나라당 후보가 대선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한 많은 정치인들이 한나라당으로 배를 바꾸어 탔다.
한 두사람의 국회의원도 아니고 떼거리로 배를 바꾸어 타는 것을 보며 많은 매스컴이 ‘적과의 동침’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썼다. 여당의 정책위 의장에 사무총장까지 지낸 어느 의원의 대선 몇일 전 배바꾸어타기는 ‘마지막 철새’라는 용어를 어렵지 않게 만들어 냈다.

자유경쟁이냐? 배신이냐?

정치판에서는 이런 종류의 변신, 또는 변화, 심한 경우 변절이라는 용어로 표현되는 몸바꾸고마음바꾸기는 흔한 일. 최근에는 여당의 신주류파와 구주류파가 신당을 만들건 당을 쪼개건, 요란한 적과의 동침이 전개될 전망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적과의 동침은 다르지 않다. 샐러리맨 사회에서도 없는 일은 아니다. A사의 유능한 영업부장이 이튿날 경쟁상대이던 B사의 영업담당이사로 스카우트 되는 일은 업계의 비밀도 아니다.
재미 있는 것은 이런 경우 사람을 데려간 쪽은 ‘자유경쟁 아니냐’고 말하고 빼앗긴 쪽은 ‘배신자, 용서못할 놈’ 등의 용어로 몸바꾸기 한 사람을 매도한다.
감정이나 의리에 의한 몸바꾸기보다는 필요에 의한 몸바꾸기가 횡행한다. 즉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인이나 샐러리맨이나 사업가나 얼마든지 몸을 바꿀 수도 있다. 낯설어하는 것이 오히려 촌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이왕이면 웃으면서 적과의 동침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면서 살 수만 있다면 인생에 무슨 고민이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싫은 사람과도 억지로 웃고 살기를 우리에게 요구한다.
특히 CEO는 매일 그런 경우를 당하며 살아야 한다. 은행에서 거드름을 피우는 지점장 얼굴에 화를 내고 싶은 것을 참고 있는 CEO의 모습이 대한민국 중소기업 경영자의 참모습이라고 말한 경제부 기자도 있다.
싫어도 싫다고 말 할 수 없이 지내야 하는 적과의 동침은 인생 도처에 부지기수다. 심지어 내 돈(급여)주고 채용하는 사원일지라도, 인상이 나쁘거나 태도가 나빠서 본능적으로 싫지만 싫단 소리를 할 수가 없다.
CEO는 항상 니즈(needs)에 의한 만남을 자신의 인간관계로 삼아야 한다. 어디 CEO가 감히 상대방에 대한 좋고싫음을 다 내색하고 살 수 있겠는가?
싫어하는 사람을 싫지 않은 얼굴로 만날 수 있다면 그는 수양이 잘 된 사람이다. 얼굴 뿐 아니라 감정까지도 싫지 않게 만날 수 있다면, 그는 뛰어난 경영능력을 지닌 CEO라 해야 옳다.
항상 웃는 얼굴로, 항상 인생이 즐거워 못 살겠다는 표정으로 일해야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CEO다. 그게 싫어서 CEO 못해먹겠다 하면 말릴 사람도 없겠지만.

commukim@dreamwiz.com
코리아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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