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기업 중국성장 수혜 받아”

동남아 기업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정부가 직접소유하거나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기업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정부연계기업(GLC)이나 인도네시아 태국의 국영기업으로서 주로 국가 기간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들을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효율성이 높다는 싱가포르 항공,싱가포르 텔레콤,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세계 최대의 팜오일 플랜테이션을 소유하고 있는 사임 다비, 석유회사 페트로나스, 태국 왕실이 최대주주인 시암 시멘트 그룹, 인도네시아의 국영석유회사 뻐르타미나 등이 모두 이 유형에 속한다.
둘째는 화교들이 장악하고 있는 기업이다. 동남아에서 화교들은 부동산, 금융, 호텔, 유통 등 주로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UOB, OCBC, OUB 등 주요은행과 말레이시아의 홍륭 그룹 및 로버트 콱 그룹, 겐팅 그룹, 인도네시아의 살림 그룹, 시나르 마스 그룹, 태국의 CP 그룹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화교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셋째는 다국적기업의 현지 자회사이다. 동남아 경제가 1960년대 이후 수입대체 공업화를 취하면서 다국적기업이 수입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동남아에 진출했고 1980년대 중반부터는 동남아의 저렴한 생산비를 이용하기 위해 다국적기업이 투자를 했다. 동남아 주요국에서 다국적기업은 제조업 부문을 장악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의 마쓰시타 및 삼성그룹, 태국의 도요타 등 자동차 기업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동남아의 기업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국제자원시장 호조와 신흥시장 부상과 함께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정부연계기업은 2000년 이후 자원가격 상승에 힘입어 매출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제고되었다.
말레이시아의 사임 다비 그룹은 플랜테이션을 비롯해 제조업, 부동산, 중장비, 에너지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 있는데 1999년 매출이 99억 링깃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328억 링깃으로 증가했다. 태국의 시암시멘트 그룹도 1990년대 외환위기를 맞아 그 이전 수종분야로 진출했던 다양한 분야를 구조 조정했으나, 태국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함께 과거의 영화를 다시 회복해 해외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외환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화교기업도 다시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면서 부상하고 있다. 태국 최대의 화교기업집단인 CP그룹은 1990년대 중반까지 중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다국적기업이었는데, 외환위기로 중국사업 상당부분을 매각하거나 철수하였지만 최근에는 다시 중국 사업의 꽃을 피우고 있다. 앞으로 CP그룹은 중국의 내수 성장과 함께 더욱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또한 제지 및 팜 오일 분야에 주로 진출해 있는 인도네시아의 시나르 마스 그룹 역시 외환위기 때 막대한 채무를 지고 있었으나 국제 자원시장의 호조로 되살아나고 있다.
이제 동남아 기업들은 구조조정, 중국의 성장, 새로운 산업 조류의 활용 등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첫째, 중국은 이중적으로 동남아 기업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부동산, 유통업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동남아의 화교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하면서 성장을 하고 있다.
둘째, 동남아 기업은 동북대지진 이후 서플라이 체인망을 구축할 필요성이 높아진 일본의 조립 대기업들의 동남아 진출로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로써 전자, 자동차 부품 기업의 동남아 투자가 활발해질 전망이고 동남아 기업들은 일본기업과 다시 한 번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셋째,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영기업 민영화는 동남아 내에서 화교기업에게 기회가 되겠지만 다국적기업들도 일정 지분의 인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동남아 기업과의 유대관계 측면에서 보면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기업의 위상은 취약하다. 앞으로 한국은 기존의 동남아 기업과의 관계를 점검하고, 새로운 제휴선을 발굴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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