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없는 신뢰서 소통 시작돼

대화를 많이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해를 낳거나 때로는 불만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서로 신뢰가 부족한 상태에서 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뢰가 전제되지 않은 대화와 소통은 오해와 불만을 야기한다.
사기의 상군열정에 보면 移木之信(이목지신)이란 고사성어가 나온다. ‘나무를 옮기게 해서 백성들의 신뢰를 이끌어낸다’는 말이다. 중국의 진(秦) 효공(孝公) 시절, 재상인 상앙은 나무를 옮겨 놓는 사람에게는 상금을 주겠다고 했다. 백성 중 한 사람이 혹시나 하며 이 나무를 옮겼는데 상앙은 즉시 약속대로 오십 금을 주었다. 그리고 나서 법령을 공포하자, 백성들은 국가의 정책을 잘 믿고 잘 따르게 되었다고 한다. 서로 소통하려면 먼저 신뢰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 경영에서는 어떠한 방법으로 직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회사와 직원간의 신뢰를 강조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SAS이다. SAS의 CEO인 제임스 굿나이트(James Goodnight, 1943~)는 ‘신뢰는 기업의 초석으로 회사와 직원과의 관계에 따라 사업이 좌우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끊임없이 직원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해온 대표적인 경영자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선정한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경영자에도 선정될만큼 그 명성이 자자하다.
SAS의 경영진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SAS Leadership Live이다. CNN의 래리 킹 라이브와 같은 토크쇼를 SAS 내부적으로 적용한 것인데, CEO나 경영진이 직접 출연해 1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직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라이브 토크쇼이다. 토크쇼가 진행되는 동안 직원들은 이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회사경영이나 생활에 대한 궁금한 점을 질문한다. 직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경영진이 당황하는 경우도 있는데, 오히려 그런 진솔한 모습이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 결과 SAS는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포춘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서 1위로 선정되었다. 2년 연속 1등을 차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많이 알고 있는 구글이 4위 수준인데, SAS가 얼마나 직원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SAS가 직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소통을 할 때, 현장 직원들이 쉽게 수용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SAS가 특히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직원들의 고충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즉시 대답하고, 조치가 필요한 경우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시행함으로써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회사가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세 번째 특징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다양하고 겉으로 보기에 좋은 소통 채널을 만들어 놓고, 처음 한두 번으로 그친다거나 구색 맞추기가 된다면 직원들의 실망과 불신은 더 커질 것이다.
진정성있는 소통을 위해 회사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직원들의 신뢰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는 ‘소통’을 단순히 직원들의 마음을 달래는 회사의 서비스로 볼 것이 아니라 강한 조직문화를 일구어 내는 기업경영활동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해야 한다.

엄동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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