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 이상 세계질서를 주도해 왔던 미국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쇠퇴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미국이 지닌 경제적 중요성의 감소다. 세계의 공장,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 우리가 과거에 늘 들어왔던 이러한 말들이 줄어들고 그것이 중국으로 바뀌게 된 지 이미 오래됐다. 한국경제의 경우 전체 수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이내인 반면 중국은 25%이다.
수출시장으로서의 중요성만 감소한 게 아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의 경영관행과 제도는 일종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의 것을 모방하는 것이 선진화되는 것이고 그것을 좇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옳다고 믿었던 가치 중 많은 것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할 때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긴 하겠지만 중기적으로 보면 달러 가치의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무역결제에서 달러 이외의 통화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 재정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내 금융구조조정과 경기부양책에 우선적으로 투입됨에 따라 안보 등 대외 분야에 대한 재정지출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고 미군의 해외주둔 및 파병규모는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이에 따라 1970년대, 80년대에 유행했던 미국 패권의 쇠퇴론이 다시금 머리를 들고 있다는 게 ‘강대국의 흥망’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 예일 대 역사학자 폴 케네디 교수의 지적이다.
미국이 쇠퇴하면 가장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나라는 유럽보다는 중국이다. 과거 소련은 군사대국이었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난쟁이였고 일본은 경제적 거인이었지만 군사적으로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로 떠오르긴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떠오르는 중국은 다르다. 무엇보다 1980년대 미국의 경제적 패권을 위협했던 독일이나 일본과 달리 중국은 자국의 안보를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
과거에 글로벌 불균형이 발생했을 때 미국은 쉽게 독일의 마르크화나 일본의 엔화 강세를 유도하여 이들에게 부담을 넘겼지만 지금 중국은 미국과 국제기구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불균형을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해결하라는 압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군사적 의존성이 과거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 국가들이 적어도 경제적 차원에서는 중국의 부상을 위협보다는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기업 등 민간 부문에서는 경제성장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가 그 어느 나라와의 관계보다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화하는 상황이 기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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