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IT 분야 수출증대…무역수지 흑자 확대될 듯


제약·소상공인 타격 예상
4년여를 끌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지난 22일 국회를 통과했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에 이어 구매력 있는 최대 단일시장인 미국과의 무역국경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에따라 우리 경제는 유럽, 미국이라는 선진국의 광활한 시장을 놓고 무한경쟁을 펼치게 됐다. 국책 연구 기관들은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14조3000억달러(세계 비중 23%)가 넘는 미국과 FTA로 향후 15년간 고용은 35만명, 수출은 연평균 13억달러, 무역수지는 연평균 1억4000만달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1월1일 한미 FTA가 예정대로 발효되면 불과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는 세계 무역의 60%에 달하는 세계 1,2위 경제권에 대해 관세 없는 접근이 가능하게 됐다.
이에따라 자동차와 IT 부문 등 주력산업의 수출이 크게 늘면서 연평균 대미 무역수지 흑자 예상액은 1억4천만달러, 대(對) 세계 무역수지는 15년간 연평균 27억8천만달러 증가가 예상돼 무역수지 개선을 통해 한국의 성장기반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여기에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연평균 최대 32억 달러의 추가 유입이 예상된다.
통상교섭본부는 “FTA가 시행 중인 칠레, 아세안, 인도 등과의 교역액 증가 속도를 보면 시행 전후에 무역액이 30~50% 정도가 증가했다”며 “전 세계의 경기침체 영향을 받겠지만 FTA 발효로 내년 한미간 교역량은 적잖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업종별 영향 명암=당장 관세가 철폐되는 자동차, 차 부품, 석유제품, 전자, 반도체 등이 FTA 혜택을 가장 많이 볼 것으로 보인다. 관세 등 거래비용이 줄고 통상마찰이 완화돼 그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식품·제약·금융·농축산 분야는 수입이 늘어 것으로 전망된다.
조상현 무역협회 연구원은 “현재 선진국들이 산업사이클상 바닥이어서 당장 수출 증가율이 반전하고 수출 주문이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FTA효과는 분명히 나타나 한국경제가 규모의 경제로 발전하는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車부품 수혜=한·미FTA 체결에 따라 자동차 부품, 섬유, 기계, 석유화학, 전기전자, 정부조달 등 6개 산업분야의 중소기업 제품들이 수출 유망 상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KOTRA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인 볼트·너트의 경우 가격경쟁이 치열해 FTA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과 중국, 대만산의 가격차이는 5~10% 대로 한미FTA가 발효되면 한국산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자동차 공조용 부품은 중국산 저가제품과의 경쟁력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FTA에 따른 관세 철폐로 중국산과의 가격 격차가 2~3% 내로 줄어들고 한국 제품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크랭크 축, 타이밍 벨트, 변환기, 컴프레서 등에 사용되는 풀리(Pulley) 제품은 향후 5년간 연간 2.2% 성장이 기대된다.
자동차 전기배선장치는 수입관세율 3.5%가 발효 즉시 철폐돼 독일 등 선진국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브레이크 패드의 경우 중국산 제품의 품질에 실망한 미국 바이어들이 한국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2.5% 관세까지 사라지면 상당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발효 즉시 수입관세율 2.5%가 철폐되는 에어백 부품은 중국산의 품질관리 문제와 동일본 대지진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측면 에어백 장착 의무 발효로 수요증가도 예상된다.
□섬유 가격경쟁력 효과 커=폴리에스테르 섬유사는 수입관세율 4.3%가 발효 즉시 철폐돼 중국산에 비해 품질이 높은 상태에서 가격경쟁력 강화 효과를 톡톡히 볼 전망이다.
14.9%에 달하는 고관세가 철폐되는 여성용 드레스는 중고가 제품군에서 국산제품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7.2% 관세가 철폐되는 인조섬유 파일편직물 제품도 중고가 제품군을 중심으로 높은 가격 경쟁력 확보가 기대되고 있다. 현지 바이어들은 면제품에 가까운 인조섬유 수요가 크다고 조언했다.
13.5% 관세가 사라지는 양말제품은 다품종 소량생산에 집중, 당뇨 환자용 양말, 발열·발한 양말, 향기 나는 양말 등 틈새시장을 공략할 경우 가격경쟁력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전망된다.
면섬유 유아·아동용 의류 및 악세사리 제품은 수입관세율 8.1%가 즉시 철폐되며 가격 경쟁보다 디자인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직물은 관세 12%가 발효 즉시 철폐된다. 한국산 제품이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으로 발 빠른 제품 개발능력을 발판으로 이탈리아산 직물과 같은 고급제품 시장에서 관세인하 효과를 바탕으로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카매트 시장은 6.7%의 관세가 철폐돼 인도 및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차이가 5~10%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자동화된 공정, 신소재,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품질혁신이 필수다.
□기계=기계산업의 경우 한·미 FTA로 기술개발이 확대되고, 부품단가가 하락하여 우리 중소기업들의 원가 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기계산업의 주요 수출품목인 공작기계는 한국산 제품의 인지도가 상승추세에 있어 4.2%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면 4,200~8,400 달러 정도의 가격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일본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품질 경쟁력 확보 및 현지 서비스망 구축이 관건이다.
플라스틱 사출금형, 철주물 핏팅제품, 펌프 등 가격경쟁이 치열한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FTA의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볼베어링의 경우에는 9%의 고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관세철폐로 인한 수출 증대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전기전자=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전기, 전자 산업의 대미 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 전자 산업 중 대미수출 확대가 기대되는 주요 품목은 컬러TV, 축전지, 헤어드라이기를 비롯해 풍력발전세트, 고데기, 전기제어판, 터치스크린 모니터 등이다.
풍력발전세트의 경우 유럽제품에 비해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지는 않지만, 향후 미국 시장 내의 풍력발전 비중이 확대되면서 제품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FTA로 가격경쟁력을 확보 할 경우 미국시장에서 점유율 향상이 기대된다.
한국산 고데기 수출증대도 점쳐진다. 한국산 고데기의 경우 고가 전문가용 헤어스타일링 기기로 인지도가 높아, 관세 철폐에 따른 수출확대가 기대된다. 또한 전기 제어판의 경우 절전형 제품에 대한 교체수요 증가로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관세철폐에 따라 일본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석유화학=석유화학 산업은 지난해 기준 대미 무역수지 적자(26.7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지만, 한·미 FTA로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무역수지 적자폭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인 폴리스틸렌의 경우 국산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2.5%에 불과하나 품질은 경쟁국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관세 6.5% 철폐시 공격적인 마케팅 전개가 예상된다.
또한 에폭시수지의 미국 시장규모는 매년 3~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스마트폰·PC 태블릿 등의 네트워크, 인터넷 사용증가에 따라 광섬유 케이블 시장이 커져, 이들 제품의 수출도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조달=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공구절삭기, 문서세단기, 리튬 전지 분야 중소기업의 미국 정부조달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공구절삭기의 경우 미국 육·해·공군 수요가 높고, 한국산의 높은 인지도로 관세(4.2~4.7%) 철폐시 정부조달시장 진출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또 문서세단기의 경우는 품질은 높으나, 유통망이 확보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FTA와 더불어 유통망 문제점이 보완되면 대표적인 조달품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리튬전지의 경우 미국 내 공급이 크게 부족한 반면, 한국산 제품은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아 향후 미국 조달시장 진출이 유망 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계 피해는 없나=한·미 FTA 발효로 지적재산권 보호 의무가 강화되면 국내 제약업체가 복제약이나 개량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어 타격이 예상된다.
제약업계는 한·미 FTA 타결에 따른 관세 철폐, 특허 연장 등 영향으로 연간 1400억~4900억원 정도 매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영역 침범으로 자영업자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며 “미국의 대형 프랜차이즈 진출이 본격화되면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소상공인 지원기금 조성 ▲중소기업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등을 요청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혜업종 가운데 하나인 수출 차량들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주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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