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뉴스’의 현장르포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는 뚝…엄동설한이 걱정’이라고 한다(2011년 11월16일자 1면과 4면).
대외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한국의 실물경제에 유럽 발 재정위기가 일대 타격을 주기 시작한 모양이다. 수출과 내수 양면에서 판매부진으로 일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가동률이 떨어지고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원부자재의 가격인상으로 원가상승요인이 가세하니, 채산성도 악화되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중소기업을 옥죄는 것은 인력난보다 자금사정이다. 거래기업의 사정이 좋지 않으니 매출채권의 회수기간이 늘어나고 금융기관의 빚 독촉은 심해진다. 채산성 악화로 중소기업들이 경영난에 봉착하면 연체율은 상승하고 은행들은 위험관리를 강화하게 된다. 부실여신 증가를 우려해 조기상환을 독려하고, 신규 대출은 최대한 억제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거래은행을 무조건 나쁘다고 나무랄 수도 없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은행이자를 갚기도 빠듯한데, 상환 압박을 받으니 죽을 맛이 아닐 수 없다.

지방중소기업 대책 긴요

지난 10월중 어음부도율(전자결제 조정후)을 보면 서울은 0.01%로 전월과 같으나, 지방은 0.03%로 0.01%p 상승하고 있다. 부도업체수(법인+개인사업자)도 전월(97개)에 비해 21개 증가한 118개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개, 지방은 16개 증가하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방의 결제자금 사정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연말이 가까워 올수록 부도율은 더 높아지고 부도업체도 크게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KDI, 삼성경제연구소를 비롯한 경제전문 연구기관들의 예측에 따르면 2012년도 경제전망은 밝지 못하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업종과 업체에 따라 사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말 할 수는 없으나, 중소기업 전체로서는 종합적인 금융지원대책이 선제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시기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중소기업의 판로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새해 예산안에 매출채권보험 출연을 올해의 18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늘려 잡고 있다. 또한 어음부도에 의한 연쇄도산 방지와 신용거래 활성화 촉진을 위해 보험인수 규모를 올해보다 6천억원이 늘어난 6조8천억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바라건대, 정부는 중소기업의 경영과 금융에 대한 실태조사를 빨리 실시해 우량기업, 잠재 부실기업, 한계기업 등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선제적으로 강구해 주기 바란다. 특히 지방 중소기업과 소규모 영세기업을 위한 지원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원부자재 가격의 안정화 및 원부자재 가격 상승분을 신속히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되었으면 한다.

재무건전화 노력 강화해야

그리고 이 기회에 금융기관과 중소기업 간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중소기업들은 해가 쨍쨍 났을 때는 돈을 빌려가라고 야단이지만, 경기후퇴 기미만 보이면 회수에 열을 올리는 금융기관을 지극히 못마땅해 한다. 그들은 금융기관이 자신들의 재무정보를 불신하고 있으며, 미래의 기술력과 사업성 보다는 과거의 재무정보에만 매달려 있다고 불평을 터뜨린다. 이에 비해 금융기관들은 중소기업들의 회계는 주먹구구식이고 투명하지 못하며 사업전망도 불확실하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담보나 보증위주의 단기여신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이 뿌리 깊은 불신과 엄청난 차이를 메꿔 나가야 하겠다. 먼저 금융기관은 중소기업에 특화된 전문적 기업평가시스템을 확충·보완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들도 기존의 피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신용을 높이는 일에 열성을 보여야 하며, 자사의 단점까지도 포함하는 기업정보를 공개할 용기를 가져야 살아 갈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이번 유럽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장기간 지속되고 금융위기로 전이돼,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한파를 몰고 오는 만큼, 비상경영체제로 서둘러 전환해야 되겠다. 재무구조를 보다 건전화하고,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될 것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 자산을 과감히 처분하고, 전사적으로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위기가 닥칠 때 정부나 금융기관만 쳐다보지 말고 철저한 자구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상책이다.

최용호
(사)산학연구원 이사장,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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