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과 미래투자 사이 균형찾아야”

바야흐로 전망의 계절을 맞아 2012년 우리 기업은 어떨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기업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 판도 변화의 주역으로 성장하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2011년 3/4분기에 상장사 중 70% 정도가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를 냈다. 2012년 역시 저성장 기조가 심화되고 불확실성이 확대돼 실적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상시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2012년 우리 기업의 5대 경영 이슈를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수비와 공격 즉 생존을 위한 비용절감과 미래를 위한 투자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어려울 땐 무엇보다도 생존을 우선시하게 되지만, 혹독한 구조조정 와중에도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은 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장·단기 공격전략이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마케팅비 같은 운영비를 늘리는 단기적인 전략과, 기술개발이나 신사업에 투자하는 장기적인 전략 모두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렵지만, 성공하면 시장 주도권을 단숨에 확보하게 된다. 2009년 1/4분기 매출이 반감했음에도 불구하고 R&D투자를 평소 수준으로 유지한 덕분에 듀폰은 창업 이래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할 수 있었다.
둘째, 소셜(social) 파워와의 소통을 모색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는 이미 기업경영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1년 럭비월드컵 공식 후원업체였던 아디다스는 개최국 뉴질랜드의 유니폼 가격을 두 배 이상 높게 책정한 일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며 곤혹을 치렀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부담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평소 좋은 이미지를 쌓아둔 기업에겐 오히려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유람선 업체인 로열 캐러비안 인터내셔널사는 아이티 대지진 직후 근처 해변에서 초호화 파티를 즐겼다는 보도가 나오며 비난에 직면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이티에 투자해 왔고 참사 당일에도 크루즈선을 이용해 구호품을 전달했던 사실에 직접 관련이 없는 외부 단체들까지 나서서 적극 옹호해준 덕분에 운행 중단이라는 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
셋째, 차별화된 전략으로 신흥국을 공략해야 한다. 세계경제 성장을 이끄는 신흥국은 이제 블루오션보다는 레드오션에 가깝다고 해야 할 정도다. 따라서 요즘 뜨고 있는 한류나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 같은 우리만의 강점을 현지의 특성과 결합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K팝 열풍이 불고 있는 브라질에서는 의류나 승용차, TV 같은 소비재 수출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넷째, 다변화되고 있는 한중일 기업 간 협력과 경쟁구도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기업의 기술력 격차가 크게 줄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중 절반 이상이 3년 내에 경쟁우위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변화로 한국과 일본의 완제품업체는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중일 세 나라의 부품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렇듯 새로운 협력 및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비책이 필요하다. 중국현지의 생산과 연구개발 기능을 확충하고 현지인력 활용도를 높이거나,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기업과 전략적 보완관계를 확대하는 방식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사업분야의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업계 1, 2위를 중국기업에 내준 태양광사업만 보더라도 솔린드라 등 세 미국기업이 이미 파산했다. 신사업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M&A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기업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M&A 모두 세계 30~40위권에 그치고 있다. 해외 M&A를 주도하는 중국기업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도 기존의 경쟁구도가 재편되면서 저렴한 매물이 쏟아지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소위, ‘경영의 뉴 노멀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직면한 ‘상시위기’ 상황을 공포가 아닌, 건강한 위기의식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다시 한 번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의 위기극복 경험을 바탕으로 기회선점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신사업분야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사전적 위험관리와 사후적 위기관리를 포괄하는 위기관리 시스템 역시 정비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어려울 때는 무엇보다도 임직원 마음관리가 중요하다. 적극적인 내부 소통을 통해 임직원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근무환경을 개선해서 사기를 높여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한다면, 한국기업은 위기에서 다시 한 번 빛날 수 있을 것이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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