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의 자본주의는 이전의 자본주의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요약하면 금융위기를 겪으며 시장에 대한 신뢰, 즉 시장은 효율적이고 자기 안정적 기능을 갖고 있으므로 시장이 모든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는 비껴서야 한다는 생각이 불신을 받게 되었고 이로써 시장과 정부 간의 관계가 재정립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자본주의는 어느 한 순간도 고정적이고 불변적인 때는 없었다. 자본주의는 어떤 고정된 특징을 갖는 불변의 존재라기보다는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여 변형되고 진화하는 그런 사회구조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즈(The Times)>의 칼럼니스트이자 경제학자인 아나톨 칼렛스키(Anatole Kaletsky)는 이번 금융위기로 자본주의는 4번째의 변혁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본주의는 그간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 19세기 초반에 등장한 이래 1930년대 대공황, 1960~70년대의 인플레이션 위기를 겪으며 변화했고 이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또 한차례 변화하고 있다.
첫 번째 자본주의는 자유방임적 자본주의였는데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그리고 마침내 미국에서 발생한 대공황을 계기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정치적 경제적 트라우마(상처)는 이전까지 번성했던 고전적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를 폐기하고 전혀 다른 형태의 자본주의로 거듭나게 한다.
정부의 역할이 증대되고 복지국가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1970년대의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계기로 1980년대 초반부터 마가렛 대처와 로날드 레이건의 자유시장 혁명이 야기되었다.
그 결과 흔히 신자유주의로 불리는 우리가 최근까지 겪었던 3번째 자본주의가 출범했다. 그리고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우리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4번째 자본주의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까지 존재했던 자본주의의 세 번째 버전은 금융을 가장 우선시하는 시장근본주의적 자본주의였다.
금융자본주의라고 불리는 이 자본주의는 정부를 불신할 뿐 아니라 죄악시하고, 규제와 공공행정에 대한 공공연한 경멸을 하는 그런 특징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 중심 시장주의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노출이 되었다.
시장은 가장 효율적이라는 생각도 잘못되었음이 드러났다. 정부는 금융주도 자본주의가 야기한 경제활동 전반과 고용의 부진, 특히 양극화의 확대에 대해 일정한 개입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금융부문에 대한 개혁과 규제, 그리고 양극화 확대에 대한 일정한 부의 분배를 위한 제도적 변화 이것이 향후 자본주의의 변화된 모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이 금융 이외 실물 부분의 규제강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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