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정보는 기업 내외부의 이해관계자들이 각종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기본적인 정보로서 활용된다. 회계를 알면 자금의 흐름과 기업경영의 성과를 읽을 수 있는 감각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기업 경영자와 회계업무 종사자들은 회계지식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일반인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경영자조차 회계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한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회계가 너무 어려워 업무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을 많이 듣게 된다. 회계 지식도 부족하거니와 기업회계기준이 중소기업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대기업과 상장기업을 위주로 제공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재 한국의 회계기준은 상장 중소기업의 경우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해야 하며, 비상장 중소기업의 경우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두 가지 기준이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이 보다 간편하게 회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 대한 회계특례’가 기업회계기준에 제시돼 있다. 하지만 기업회계기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이해해야만 이 특례를 활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中企CEO 절반 회계지식 취약

최근 중소기업학회가 중소기업들과 이들의 회계처리를 담당하는 회계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로부터 중소기업 회계의 현주소를 볼 수 있다. 중소기업 대표이사의 경우 기업회계기준에 대해 잘 모르거나 전혀 모른다는 응답이 과반수에 가까운 48.5%를 차지해, 회사에서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대표이사의 회계지식이 취약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 회계담당자로서 기업회계기준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가진 경우는 23.1%에 불과해 중소기업 회계담당자에 대한 회계 교육 및 프로그램 지원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회계처리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공인회계사와 세무사조차 중소기업이 기업회계기준을 이해하기 어렵고, 중소기업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동감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축이 돼 중소기업 관련 24개 단체와 함께 비외감 중소기업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중소기업 자율회계지침’을 만드는 것은 향후 중소기업만을 위한 회계기준을 마련하는데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노력은 그동안 회계 처리와 활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개인 돈과 회사 돈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던 일부 중소기업들을 정상적인 회계시스템의 틀 안으로 들어오게 해 중소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中企 전용 회계기준 마련해야

일본, 영국, 중국은 정부의 주도 아래 중소기업만을 위한 회계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부 주도 하의 제도적인 중소기업 회계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지만 자율회계지침을 통해 중소기업계가 스스로 투명경영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상생에 있어 사회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 자율회계지침이 향후 중소기업 회계기준으로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정부기관의 일관성 있는 주도와 단계적인 도입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소기업청, 중소기업관련단체, 회계전문가단체, 회계기준원이 중소기업의 실상을 반영한, 간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중소기업 회계기준 마련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투명경영에 앞장서는 중소기업에 대해 정보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인센티브와 교육, 관련 프로그램 제공 등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향후 중소기업을 위한 회계기준이 마련돼 회계가 더 이상 어렵지 않으며, 회계를 통해 산출된 정보를 중소기업의 경영의사결정에 적시에 활용하는 지평을 확장해 가기를 기대한다. 또한 소규모 기업들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투명하게 성장하는 선진국형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허광복
동덕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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