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내가 궁금하다. 그다지 관심조차 끌지 못하는 청주여행이 아니던가? 상당산성이나 도드라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인쇄박물관 갔다가 반한다. 영화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지로 알려진 수암골 또한 여느 벽화마을보다는 아주 볼만했다는 것. 청주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상당구에서 만난 중앙공원과 철당간지주도 관심 끌기에 충분하다. 우암산을 가로지르는 순환도로는 마치 남산을 오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자그마한, 정적인 고장 청주시는 하룻나들이 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곳이다.
목적없이 여행을 떠나서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이곳저곳 찾아다녀보는 여행 해본 적 있는가? 여행이란 목적지 따라 계획한 곳만 다니는 것이 능사는 아닌 듯하다. 서청주 나들목 나오면서 수암골이라는 팻말을 발견했고,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를 찾아 간다. 그 길목에 고인쇄박물관을 지나치게 된다.
直指라는 글자와 조형물들이 입구에 많이 눈에 띈다. 안으로 들어서니 연로한 해설사는 단 한명이라는 이유로 거절하고 영사실부터 찾으라 한다. 혼자 이리저리 박물관을 돌아보다가 ‘여기 재밌는 곳이군’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오래전 글자를 만들던 곳. 그러면 요샛말로는 인쇄소가 있었던 것이네. 영사실에서부터 다시 공부하기로 한다.
요지는 이렇다. 이 박물관 자리에는 옛 흥덕사가 있었다. 1985년, 택지 개발 공사 중에 사지(사적지 제315호)가 발견되었다. 발굴 중에 ‘흥덕사’라고 새겨진 쇠북(금구)조각이 나왔다. ‘대중 3년명(大中 3年銘)’이라 새겨진 기와와 기타 유물들로 보아 늦어도 9세기(통일신라)에 지어져 고려 후기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였던 것으로 짐작케 한다. 치미(큰 건축에서 들보의 양단에 있는 새의 꼬리 내지는 물고기 형상을 한 장식), 기와조각, 그릇 들과 청동제품이 많이 출토 되었는데 ‘치미’를 보면 결코 작은 사찰은 아니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아쉽지만 탑, 석등 등 유형문화재가 남아 있지 않아 늦게서야 알려지게 된 듯하다. 현재 흥국사에는 금당과 발굴터가 조성되어 있다.
흥덕사지가 발굴되면서 고려 우왕 3년(1377)에 현존하던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불조직지심체요절(佛祖直指心體要節)’를 비롯 ‘자비도량참법집해’ 등 금속활자로 간행해낸 곳이었음이 밝혀지게 된다. 와당과 발견된 종 등에는 흥덕사의 역사와 함께 인쇄 했다는 기록이 새겨져 있었다.
원본 ‘직지’는 상, 하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흥덕사에서 간행된 금속활자본은 현재 상권은 전하지 않고, 하권 1책(총 38장)만을 인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암골

이어 수암골을 찾는다.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였다는 빵집은 카페로 변해 운영 중이다. 실내와 정원엔 온통 드라마 관련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수암마을 입구 ‘삼충상회’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여느 마을보다 사람들의 말투가 살갑다.
관광객들을 반기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수암골의 훈훈한 인심은 골목길마다 가득 배어 있다. 정말 비좁다 싶은 골목길은 가로로 이어진다. 어김없이 골목마다 벽화나 명패가 그려져 있다. 촌스럽지도 어색하지도 않다. ‘참 잘그렸다’는 생각. ‘마을에 참 걸맞네’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중앙공원과 철당간지주

청주 시내 한 복판에 중앙공원이 있다. 옛 충청병마절도사영이 있었던 옛 관아터에 조성된 공원이다. 1000년 된 은행나무인 압각수(충북기념물 5)와 목조 2층 누각인 병마절도사영문(충북유형문화재 15), 조헌전장기적비(충북유형문화재 136), 척화비(충북기념물 23) 등 유적이 많은 공원에는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수령이 900년이 넘은 은행나무다. 은행잎이 오리의 발처럼 생겼다고 해 압각수(鴨脚樹)라고 부른다. 이 압각수에는 이야기가 흐른다.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 때, 목은 이색과 양촌 권근 등이 무고죄로 청주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때아닌 큰 비가 내려 청주읍성은 물에 잠기고 옥사도 붕괴되어 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홍수에 쓸려가 죽었으나 이색과 권근 등은 압각수로 올라가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이를 전해 들은 왕은 그들을 풀어주었다고 한다. 압각수 앞에는 권근이 지은 시가 새겨져 있다. 중국 주나라의 주공이 모함으로 물러날 때 큰 사람이 일어 벼를 쓰러뜨렸다는 고사를 빗대고 있다.

상당산성

중앙공원에서 외곽, 청원방면으로 나가면 상당산성(사적 제212호)을 만난다. 상당이라는 명칭은 백제 때 청주의 지명인 상당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상당산(491m)의 능선을 따라 성곽을 쌓아 만들어졌다. 둘레 4.2km, 내부면적 22여만평의 대규모 포곡식 석축산성.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석성이다.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석재로 수직에 가까운 성벽을 구축하고 그 안쪽은 토사로 쌓아올리는 내탁공법(內托工法)으로 축조됐다. 동문(진동문), 서문(미호문), 남문(공남문)의 3개문과 동암문, 남암문의 2개 암문, 치성 3개소, 수구 3개소가 남아 있다. 산성을 한바퀴 에둘러 산책 해봄직하다.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문의전화
고인쇄박물관 : 043-200-4511, http://jikjiworld.cjcity.net/main/jikjiworld, 흥덕구 운천동 866/ 운영시간 : 평일 : 09: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백제유물전시관 : 043-263-0107,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 139-6, http://www.cjbaekje.net/
수암골 : 043-200-2231~4, 상당구 수암로 58(수동 81-12번지), www.kimtakku.co.kr
중앙공원과 철당간지주 : 043-200-2231~4, 상당구 남문로2가 48-19
상당상성 : 043-200-2227, 상당구 성내로 70(산성동 180번지)
○ 찾아가는 길 : 중부고속도로 → 서청주 나들목 → 흥덕로 → 팻말따라 좌회전 → 곧추 직진해 팻말따라가면 수암골 → 우암산 순환도로 → 상당사거리에서 좌회전 → 상당로 → 우측편에 중앙교회 → 상당산성 방면으로 난 512번 도로 → 상당산성
○ 추천 별미집 : 상당산성 내에 토속음식점이 밀집되어 있다. 또 수암골 주변에 소영칼국수(043-224-2642)가 맛있다.
○ 숙박정보 : 청주시내 관광호텔을 이용할 수 있고 명암파크호텔(043-257-7451), 라마다호텔(043-290-1000)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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