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래 만 3년이 지났지만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위기 초반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G20국가들의 적극적인 공조에 힘입어 1930년대 대공황의 재발 가능성을 차단하고 경기가 회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0년 초반까지 회복되는 듯 보였던 세계경제는 다시금 불황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2011년 상반기까지도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이전의 GDP규모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가 극복되기 전에 새로운 불황이나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더블 딥(Double Dip)’ 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2008년 하반기에 경험했던 것과 같은 급격한 경기위축이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근거는 무엇보다 2008년과 2009년 두 해 동안 세계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통화 공급과 재정 확대를 통해 인위적으로 경기를 살려놓았지만 이 상황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재정적자가 확대됨에 따라 더 이상 재정촉진책을 구사하기 어렵다.
정부 부문의 소비가 줄어들면 민간부문의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야 하는데 위기를 촉발했던 민간부문의 부채, 즉 가계부채나 은행, 기업들의 부채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채를 축소하기위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보면 남의 돈으로 과소비했던 미국, 영국, 스페인, 그리스 등은 빚을 줄이려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정부지출과 가계소비, 그리고 해외로부터의 수입을 줄인다. 반대로 그간 저축을 많이 했던 중국, 한국 등 아시아와 독일, 그리고 일본 등은 적자국이 줄이는 소비를 만회할 만큼 지출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세계적으로 볼 때 총 수요가 줄어들게 되고 세계적 성장세는 꺽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향후 경제는 더블 딥, 혹은 잘해봤자 상당기간 저성장을 경험한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U자형 회복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루비니 교수의 시각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린스턴 대학교의 폴 크루그만 교수는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는 제3의 공황을 예견한다.
과거에 1929년 대공황 이외에 또 다른 공황이 있었다는 얘기인데 그가 말하는 첫 번째 공황은 1873년부터 상당 기간 동안 패닉과 디플레이션, 고실업, 불안정으로 점철된 시기를 말한다. 워낙 장기간에 걸쳐 일어났기 때문에 장기공황이라 표현하는데, 크루그만 교수는 현재 상황이 장기적으로 실업률이 늘고 불안정했던 1800년대 말의 장기공황과 유사한 공황의 초입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크루그만 교수가 우려하는 것은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통화량과 재정 긴축을 추진하면서 인플레이션 아닌 디플레이션이 초래되는 상황이다. 디플레이션은 일본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일단 빠져들게 되면 헤어나기 어려운 경제현상이다.
이번 금융위기가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IMF 외환위기와 같이 가파른 회복세로 결말이 날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장기 불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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