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1조달러시대 강소기업 육성해야”

지난 5일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 연간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수출이 5천1백50억달러, 수입 4천8백50억달러로 수출 국가를 표방한 지 50년 만에, 세계에서 단 8개국 밖에 없는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9번째로 들어간 것이다. 1962년 처음 수출을 시작할 당시 오징어와 철광석, 가발 등을 선진국에 수출하던 국가에서 이제는 선박, 석유제품, 자동차, 휴대폰을 내다팔게 됐다. 수출 순위도 1962년 104위에서 7위로 뛰어 올랐고, 무역규모는 4억8천달러에서 2천배가 넘게 커졌다.

□무역1조 달러 어떤 의미가 있나=무역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선 것은 반세기가 지나지 않아 세계적 수준의 산업과 글로벌 기업을 보유한 경제 대국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미 가입된 8개 국가 외에 신규 국가로는 첫 1조 달러 무역 달성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현재 미국, 독일, 중국, 프랑스 등 1조 달러 클럽 국가들은 전 세계 무역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무역질서를 만들어 가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 교역무대에 늦게 등장했으나 이제는 앞선 교역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며 “세계 무역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근로자와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무역 1조 달러는 분명 국민적 자긍심을 갖게 하는 자랑스러운 역사적 사건”이라며 “2조 달러의 새로운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한다”고 말했다.
□연대별 주요 수출품목은=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원조물자가 무역의 대부분이던 1960년대에는 농수산물과 철광석이 주요 수출품이었다.
이후 1970년대 들어서면서 섬유류가 수출비중 40.8%를 기록하면서 효자상품으로 떠올랐고 그 뒤를 합판(11%)과 가발(10.8%)이 떠 받쳤다.
1980년대에는 의류의 비중이 16%로 줄어든 반면 철강판과 신발류 비중이 각각 5.4%와 5.2%로 떠올랐다. 1990년대에 들어와 우리 수출은 의류분야 비중이 11.7%로 낮아진 반면 반도체(7%)와 영상기기(5.6)가 수출을 주도했고 2000년대 들어와서는 반도체(15.1%)와 컴퓨터(8.5%), 자동차(7.7%)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같은 수출비중은 2010년 들어와 별다른 변화없이 꾸준히 유지돼 반도체(10.9%), 선박(10.5%), 자동차(7.6%)가 3대 주력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출규모 확대 폭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우리수출은 1964년 11월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1974년 100억 달러 2005년 5천달러를 넘었다.
□무역 1조달러 시대 문제는 없나=2000년대 들어 수출은 연평균 15% 가까이 증가한 반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4∼5% 증가에 그쳤다. 특히, 올해부터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민간소비의 비중을 추월했다. 경제성장을 통해 얻어지는 부가가치가 수출대기업에 편중되는 반면에 국민의 실질소득 증가가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무역의존도(수출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지난해 85%, 올해 초 97%로 높아 해외 변수에 따른 경제의 출렁거림도 커졌다.
수출 위주의 내수부진형 산업구조가 장기화되면서 국민의 체감경기가 나빠지고 체감 구직난도 정도를 넘었다. 과거처럼 ‘수출 호조→투자 및 고용 확대→소비 증가’의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수 경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내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대 박태호 교수는 “고용 효과가 큰 중소기업과 부품소재 분야의 수출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서비스업의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심영섭 선임연구위원은 “무역·산업·투자·고용 정책과 제도를 정교하게 조화시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출 강소기업 육성 나설 때=무역 규모 1조달러 시대를 앞둔 한국 경제가 더 발전하려면 수출 강소기업을 육성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내놓은 ‘한국 무역 1조 달러 달성과 의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의 수출은 선박, 석유제품, 반도체, LCD, 자동차, 휴대전화 등 6대 주력 품목 비중이 높다.
소수 주력품목 수출 구조는 대내외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력과 창의력을 갖춘 수출 강소기업이 필요한 이유다.
원천기술의 확보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시장선점, 한·중·일 분업구조를 활용한 윈-윈 전략의 구사 등도 필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의 무역 1조 달러 달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지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무역의 저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창규 지식경제부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장도 우리 경제의 지나친 대기업 편중 현상을 경고했다.
황 단장은 최근 열린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 사업단 출범 및 협약식’에서 “국가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노키아가 흔들리면서 핀란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나라 경제가 소수의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황 단장은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주력 산업과 신산업, 시스템과 부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국가경제를 구성하는 중요 요소들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 우리나라가 지난 5일 연간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들어 이날 오후 현재까지 통관 기준 수출입 누적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수출 5천150억 달러, 수입 4천85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무역 1조 달러 돌파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9번째이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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