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은행이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3.7%로 발표했다. 이렇게 경제전망이 밝지 않은 배경에 대해 한국은행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의 둔화세와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하회하면서 성장과 소비간 괴리가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성장과 소비간 괴리가 발생하는 원인은 계층간 양극화가 심화됐기 때문일 것이다. 즉 경제성장의 혜택이 국민계층 전체에 골고루 분배되지 않아 우리경제의 민간소비가 위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자산축적이 많이 되어 있는 고소득층은 저소득층보다 한계소비성향이 낮다. 여기에서 한계소비성향이라는 것은 소득의 증가분이 얼마나 소비의 증가로 이어지는가를 나타내는 지수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증가할 때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의 소비증가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알려져 있다. 아무래도 고소득층은 필요한 소비를 이미 다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증가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경제성장으로 인한 국민소득의 증가분이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에 더 많이 분배된다면 당연히 그 경제의 민간소비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만일 우리경제의 성장으로 인한 소득증가분이 소득이 낮은 계층에 더 많이 분배되었다면 민간소비는 지금의 수준보다는 훨씬 높았을 것이다.

서민소득 늘어야 경기 회복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언론 보도내용을 보면 대·중소기업의 대표적인 동반성장 사례로 꼽히는 성과공유제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과공유제의 실시로 대기업은 원가절감과 품질개선 등 경쟁력이 강화되고 중소협력사는 거래물량 확대와 장기구매, 현금보상 등으로 경영성과와 안정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긍정적인 보도자료는 초과이익공유제와 같이 실현 불가능하고 기업투자와 혁신의지를 약화시키는 제도보다는 성과공유제가 보다 현실적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문제는 성과공유의 대상이 되는 협력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해당업체 대부분이 1차 벤더(협력사)라 그 수혜대상이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경기회복을 위한 전반적인 소비확대는 성과공유제든 초과이익공유제든 수혜대상이 광범위하게 확대돼야 가능하다. 특히 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은 2차, 3차 벤더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일텐데, 이러한 계층으로 성과공유제의 수혜가 확대되고 실질적으로 이들의 소득이 증대돼야 소비증대를 통한 경기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성과공유제로 인한 소득증대 효과가 이들에게까지 미치는 것은 아직까지 기대하기 어렵다.

성과공유 대상中企 확대돼야

실질적인 성과공유제가 되기 위해서는 수평적으로 뿐만 아니라 수직적으로도 그 범위가 확대돼야 제대로 된 소득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즉 대기업은 더 많은 기업, 나아가 모든 협력업체와 성과공유제를 실시하고 대기업의 1차 벤더는 2차 벤더와 성과공유제를 확대하고, 2차 벤더는 다시 3차 벤더와 성과공유제를 확대해야 국민경제 전체에 효과를 미쳐 저소득층에까지 소득증대를 유발할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기업이 앞장서서, 필요에 의한 몇몇 기업과의 성과공유제가 아닌 실질적인 성과공유제를 실시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의지를 1차 벤더에게도 전달해야 한다.
현재 우리경제의 성장을 지탱하는 기반은 더 이상 수출이 아닌 내수다. 내수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특정 계층이 아닌 우리 국민 전체, 특히 중산층 이하의 소득이 늘어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도 그들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팔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 전체의 소득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즉 경제가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 장기적인 성장과 안정이 가능하다. 경제가 선순환구조를 갖추는 것은 나만이 아닌 나의 물건을 사줄 서민도 잘 살아야 가능하다는 것을 유념하자.

정남기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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