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 본격화 될 듯”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2011년 상반기까지 세계 및 한국경제는 비교적 양호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중동사태 및 일본대지진 등 대외악재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위기탈출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2011년 하반기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본격화되면서 한국경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수출 및 투자의 성장세 약화, 소비심리 위축 등 경기둔화 조짐도 점차 가시화되었다. 이로 인해 2010년 6.2%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위기탈출의 모범을 보였던 한국경제는 2011년에 성장률이 4%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2012년에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까?
2012년에는 한국경제의 3대 성장 동력이 모두 약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3.6%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주동력인 수출은 세계경기 둔화, 원화강세 기조, 수출기업 간의 경쟁 격화 등으로 경기견인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수출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원화강세 기조 또한 한국 수출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2011년 2/4분기 중 한국의 수출호조에 크게 기여한 바 있는 일본대지진의 반사이익도 대부분 소멸되면서 수출증가율은 2011년의 절반 수준인 10.9%로 낮아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보조동력인 내수는 어떨까? 수출이 둔화될 때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경기안전판 역할이 중요하다. 미리 말하자면 2012년에는 이러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먼저 민간소비는 2012년에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둔화에 따른 일자리 창출력 약화, 금융시장 변동에 따른 양의 자산효과 축소, 그리고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가계의 이자지급부담 확대 등이 주된 이유이다.
이로 인해 소비는 전년대비 2.5% 증가할 전망이다. 다음으로, 설비투자는 수출증가세 둔화와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2011년 보다 낮은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IT와 자동차산업이 수출과 투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증가세가 둔화되면 설비투자 약화는 불가피하다. 건설투자는 주택공급 부족이 현실화되면서 소형 및 다세대주택 중심으로 주택건설이 증가하여 건축투자가 소폭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SOC예산 감소 등 공공부문의 재정여력 축소로 토목투자가 부진하여 건설투자의 회복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수출증가세 둔화와 내수의 전반적 부진에 따른 경제성장세 둔화는 고용 흐름에도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2012년 일자리 창출 폭은 24만 개 내외로 2011년 수준(40만 개 내외)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예비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의 경기부양 여력을 살펴보면 2012년에는 정부의 경기부양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채무 증가로 인해 재정지출의 적극적 확대가 곤란한 상황이고, 높은 물가와 가계부채 증가로 금리인하 등 금융완화 정책을 시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리는 현 수준에서 큰 변동 없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물경기 침체에 따른 자금수요 둔화와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의 꾸준한 유입 등 금리 하향 안정 요인이 국고채 발행규모 확대와 같은 금리 상승요인에 비해 다소 우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105원에서 2012년 1,060원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달러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및 외국인 채권자금의 유입 지속 등으로 원화강세가 예상된다. 다만 글로벌금융 불안요인이 상존하여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에 한국이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시 맞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주된 이유는 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위기로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대외불안 등에 따른 간헐적 금융불안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찬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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