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에서 금속조립 구조재를 제조하는 A사. 이 업체는 최근까지 500㎡규모의 공장부지를 임차해 제품을 생산해 왔다. 그러나 공장부지가 너무 협소한데다 마을 진입로의 폭도 좁은 탓에 차량진입이 힘들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A사 ㅈ사장은 공장임대기한(2003년 2월)이 다가옴에 따라 준농림지역(경산시 용성면)에 신규 공장부지(4,257㎡규모)를 3억5천여만원의 비용으로 구입했다.
평소 꼼꼼한 성격인 ㅈ사장은 부지를 매입하기 전에 공장설립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자체 행정관청을 찾아 가 상담했다. 그결과 “아무 문제 없다”는 회신을 들었고 ㅈ사장은 모든 관계서류를 준비, 과감하게 건축설립을 추진했다.
그런데 ㅈ사장은 올해 1월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지자체를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담당공무원이 올해 관련 법률(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바뀌어 건축허가가 불가능하다고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ㅈ사장은 지자체와 건교부를 직접 찾아가 항의를 했지만 두 기관은 서로 책임만 전가했다. 결국 올해 2월 임대기간이 끝나 길거리로 나앉게 된 ㅈ사장과 종업원들은 현재 무허가로 공장을 짓고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처럼 올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이 전격 시행되면서 개별입지에 공장설립이 사실상 힘들어지게 되자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란 건설교통부가 국토의 난개발 방지 등을 이유로 지난해 ‘국토이용관리법’과 ‘도시계획법’을 통합, 제정한 법률로 올 1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국가산업단지 등 계획단지 이외의 지역에서 개별입지로 공장을 설립하는 경우 부지면적을 ‘1만㎡(약 3천평) 이상’확보해야 한다.
다만 예외조항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한 지역(1만5천㎡이상)에서만 1만㎡ 미만이라도 공장설립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공장설립을 위해 기업들이 이용하는 부지는 크게 ‘계획단지’(국가산업단지, 농공단지 등)와 이를 제외한 준도시지역, 준농림지역 등의 ‘개별입지’로 구분된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운영하는 ‘공장설립관리정보시스템(FEMIS)’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전체 공장중 70% 이상이 ‘개별입지’에 설립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개별입지에 설립된 공장들중 부지가 1만㎡ 이상인 곳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개별입지에 등록된 전체 공장들중 부지면적이 1만㎡ 이상인 업체는 겨우 7.3%에 불과하고 나머지 92.7%는 1만㎡이하다.
이런 현실속에서 건교부가 개별입지 공장설립의 부지면적을 1만㎡로 제한한 것은 “중소기업들이 개별입지에 공장을 설립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는 것이 중소업계의 주장이다.
비록 각 지자체가 ‘공장건축 가능지역’으로 고시할 경우 공장설립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이것도 사실상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고시가 지가상승 등 주민들의 재산권과 관련이 있어 지자체들이 지역고시를 계속해서 미룰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에따라 올들어 개별입지에서 신규로 공장을 건축한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중소기업들의 공장설립을 대행해주고 있는‘공장설립대행센터’관계자는 “지난해 개별입지내 신규 건축대행이 300여건에 달했지만 올들어 한건도 없다”고 밝혔다. 더구나 센터는 중소기업들의 원활한 공장설립대행 지원을 위해 전국적인 규모를 두배로 확대한 상황이다.
중소기업 대표기관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최근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수렴, 공장설립허가 최소면적을 기존 1만㎡에서 5천㎡로 완화하고 법 적용도 2∼4년간 유예할 수 있도록 한 건의문을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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