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경제가 지닌 가장 취약한 지점은 어디일까? 흥미롭게도 많은 저명 학자들이 미국의 소득불균형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과거 IMF 수석경제학자였던 미 시카고 경영대학원의 라구람 라잔 교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 프린스턴 대학 폴 크루그만 교수, 그리고 미국 재무장관을 역임한 하버드 대학의 로렌스 서머스 교수 등이 모두 금융위기의 원인이었고, 향후에도 위기를 야기할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소득 불균형을 꼽는다.
특히 라잔 교수가 이 문제를 심도있게 파헤쳤는데, 그에 따르면 소득불균형과 이를 교정하려는 정치적 시도가 세계경제의 지각변동을 야기할 가장 큰 단층선(fault line)이라는 것이다. 최근 수십 년간 미국의 소득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최상위층과 중하위층 간의 소득격차가 급격히 심화되었는데, 이를 시정하려는 어설픈 시도가 위기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중하위층의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비해 감소함으로써 미국경제는 내수 위축과 저성장을 맞게 되었다. 중하위층은 한계소비성향, 즉 소득이 늘면 늘어난 것에 대비해 소비가 늘어나는 정도가 높은데 이들의 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업률이 상승했고, 유럽에 비해 사회안전망이 덜 구축된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유권자의 실업률 증가에 대해 노심초사하게 되고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도록 대응하는 과정에서 금융 위기가 야기되었다는 것이다.
인위적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었고, 금융규제 당국은 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상품개발을 통해 저소득층이 은행 대출을 쉽게 받아 집을 살 수 있도록 용인했다,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동안 중하위 소득층은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증가분을 담보로 대출 이자를 내고 추가적으로 자동차 구매 등의 소비를 하는 일이 금융위기 이전 몇 년간 계속 되었다.
그렇다면 왜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미국민의 소득격차를 줄이는 정책을 펴지 못했을까? 미국에서 상위와 중위소득 근로자의 소득격차 이유는 기술진보에 따라 인적자원의 질이 더욱 중요시되어 고급 재원에 대한 보수증가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적자원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미국의 경우 단기간에 지역주민의 교육수준을 끌어올리기가 어려웠다. 상류층이 중하위층까지 골고루 혜택을 주는 교육 투자 확대에 반대했고 또 단기적으로 인적자원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대응을 하기 보다는 저금리를 유지하고 저소득층이 집값 상승을 통해 소비를 늘리게 되는 차선책을 정부와 정치권이 선택했으나 결국 저금리가 끝나고 주택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이 퇴출되고 저소득층이 모기지를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귀결되었다. 주요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소득불균형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미국민의 소비를 유지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은 지속될 수 밖에 없고 새로운 위기는 잉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두 번째 단층선은 수출주도의 경제성장 모델이다. 2차 대전후 빠른 속도의 경제성장을 한 독일, 일본, 중국 등은 자국 소비자를 넘어 해외 소비자에게 의존하는 경제성장 모델을 채택했다. 그러나 주요 수출 타깃인 미국, 영국, 스페인 등 만성 무역적자국가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힐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새로운 위기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단층선은 국제자본의 유입과 금융 흐름이 무역흐름을 압도하는 현상이다. 자본의 흐름이 거꾸로 나타날 때 외환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과도하고 단기적인 자본이동에 대한 적절한 장치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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