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4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는 왜 그리 어려운가?
위기 전 미국,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 등 글로벌 경상수지 적자국은 대외채무에 의존한 소비중심 경제 모델을 추구했다. 흑자국인 일본, 독일, 중국, 그리고 석유수출 국가들은 수출중심 경제성장 모델을 추구했다. 흑자국이 적자국을 대상으로 수출을 하면서 여기서 확보된 흑자를 다시 그들 국가에게 빌려주는 형태였다.
그런데 이러한 국제 경제적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 어느 순간에 이르면 채무국들은 더 이상 돈을 빌릴 의지나 역량을 잃게 되고 채권국 또한 추가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균형은 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불균형을 조정하는 리밸런싱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다. 불균형의 해소, 즉 리밸런싱의 조정 부담을 누가 더 안을 것인가를 놓고 경상수지 적자국과 흑자국 간 갈등이 벌어지고 또 흑자국은 흑자국 내부에서 적자국도 적자국 내부에서 리밸런싱으로 손해를 입는 산업의 격렬한 반대가 불거지게 되기 때문이다.
우선 채무국 내부 사정부터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금융, 보험, 부동산 등 서비스 산업이 크게 발전했고 상대적으로 제조업과 농업이 부진했다. 대외채무를 줄이고 수출을 늘리려면 제조업 교역재 산업을 부흥시켜야 하고,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을 감소시켜야 한다. 이는 미국 정치경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금융, 보험, 부동산 산업의 영향력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조정의 어려움은 경상수지 흑자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중국 등 흑자국은 수출을 통해 경상수지의 흑자를 지속하길 원하더라도 과거 그들의 수출시장은 더 이상 수입을 할 역량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내수의 중요성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역시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
중국의 경우 제조업 수출산업 부문은 수십년간 중국 정치, 경제, 사회질서의 중심에 있었다. 또 이들의 경제적 영향력을 줄이면 실업 등 심각한 사회적 불안이 야기된다.
수출산업이 몰려있는 연안 지역이 지녔던 정치적 영향력도 쉽게 줄일 수 없다. 결국 리밸런싱이라는 것은 단지 기술적이거나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수십 년간 고착된 정치, 경제, 사회적 질서의 새판짜기가 된다는 점에서 어렵다.
국가 내부의 갈등 뿐 아니라 국가 간에 누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어려움도 불거진다. 흑자국은 흑자의 유지를 위해 적자국은 적자의 감소를 위해 수출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최근 나타나는 무역분쟁과 글로벌 환율전쟁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간 위안화의 절상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 간 갈등이 조정되지 못하고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추진했던 경상수지 목표제가 타결되지 못했던 것이다. 향후에도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를 위한 경상수지 적자국과 흑자국 간의 대타협의 가능성이 적다. 이점에서 이번 금융위기의 해결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