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회의에서 개선해야할 사항’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가장 많은 51%가 ‘상사만 혼자 이야기하는 회의’ 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제프리 페퍼는 이렇게 대화를 독점하는 리더의 성향을 ‘대화의 시장(conversational marketplace)에서 승리’했다고 표현했다. 즉, 조직에서 지위가 높아질수록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긴 시간동안 말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는 것인데, 그러나 이것은 반대로 조직에서 쌍방향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혼자 말하는 리더가 되지 않고 정보가 잘 흐르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나보다 더 나은 부하직원은 없다는 생각, 즉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역사 속에는 명석하고 언변도 뛰어난 많은 리더들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의 명석함은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순자 ‘요문’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위나라 무후가 신하들과 회의를 했는데, 어떤 신하도 자신의 의견보다 더 좋은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무후는 회의가 끝난 뒤 뿌듯해하며 조정을 나섰는데, 신하 오기가 이를 보고 무후에게 초나라 장왕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초나라 장왕이 신하들과 회의를 했는데, 자신의 의견이 가장 옳고 어떤 신하도 장왕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장왕은 회의가 끝난 뒤 나오며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이를 본 신하가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장왕은 이렇게 말합니다. ‘옛말에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얻으면 천하를 다스리고, 자기만 한 이를 얻으면 나라를 겨우 지키고, 자기만 못한 이들 밖에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들었는데, 지금 신하들 중 나를 넘어서는 자가 없으니 이 나라가 거의 망해가는 것이 아니오. 그래서 근심하는 것이요.’ 오기의 이 말을 들은 무후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고 한다.
혼자 말하는 리더가 되지 않는 방법, 둘째는 조직에서 두려움을 몰아내는 것이다. 정보는 꼭 위에서 아래로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최근에는 고객접점에 있는 현장직원들의 정보와 의견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 조직의 분위기가 경직되고 두려움을 넘어 공포감이 조성되면 직원들은 입을 다물게 된다. 인텔의 전 CEO 앤디 그로브는 “조직에 공포분위기가 자리 잡으면 조직 전체가 마비되고 주변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의 흐름이 차단된다”고 말했다. 이를 ‘조직 침묵현상’(organizational silence)이라고 하는데, 특히 나쁜 소식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이 가능한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 최대의 민영기업인 PC회사 레노버는 2004년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기업이다. 레노버의 창업자 류촨즈 회장은 엔진문화를 주창한다. 엔진문화란, 경영자는 큰 엔진이고 직원들은 큰 엔진과 함께 돌아가는 작은 엔진이 되어야지, 큰 엔진에 따라 움직이는 기어가 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는 보고서나 수집된 자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객접점에 있는 직원들의 권한을 넓히고 역량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임을 리더는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예지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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