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진행중’… 경제성장 둔화 불가피”

2012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세계경제 불안요인으로 등장한 유럽 발 재정위기가 올해에도 여전히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경제의 더블딥 우려와 가계 빚 위험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국내외 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올 한해 지구촌과 국내 경제에 영향을 끼칠 요인들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경제성장률 낮아질 듯=외국 주요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평균 3.4%로 낮춰 잡았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로 성장의 힘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1분기에 남유럽 피그스(PIIGS) 국가들의 대규모 국채 만기가 예정돼 있어 세계 금융시장이 또다시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외국 투자은행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올해 연간기준 한국 성장률 전망치로 1.9%를 제시했다. 이는 국내 연구기관 예상치에 비해 2% 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반면,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가 3.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8%를 제시했다.
민간 연구기관 중 현대경제연구원은 4.0%로 가장 낙관적으로 봤고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각각 3.6%에 그쳤다.
그러나 외국 투자은행의 가장 높은 전망치가 3.6%( BOA메릴린치,JP모건)로 국내 민간기관의 가장 낮은 전망치와 같다.
심지어 UBS는 한국이 올해 1.9%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을 1%대로 예상한 것은 UBS가 처음이다.

□수출 둔화 물가 하향 안정= 지식경제부는 작년 두자릿수였던 수출입 증가율이 올해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수출이 5천950억 달러, 수입이 5천700억 달러로 작년보다 각각 6.7%, 8.7%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작년 수출이 19.6%, 수입은 23.3%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된 것이다.
그러나 하반기에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한국 경제는 다시 성장 궤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긍정적인 요소 중 하나다.
외국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을 3.1%로 전망했다. 작년 4%대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작년에 워낙 물가가 크게 오른 데에 따른 상대적 효과도 있다.

□유럽재정위기 어디로=지난 한 해 동안 계속됐던 유럽 재정위기는 올해도 세계경제 및 국제금융시장을 짓누를 요인 중 하나다. EU 회원국간 정치적 마찰, 재정취약국의 채무상환능력 및 재정감축 방안, 신재정 협약의 법적 구속력, 실물경제 침체 등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1월에 예정된 EU 재무장관 및 정상회담에서도 뚜렷한 해결책을 기대할 수 없으며, 올해도 유럽재정 위기 이슈는 안도와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다만 유럽 재정위기는 이미 드러난 악재라는 점에서 위기가 심화될수록 그에 대한 대응책 역시 좀더 구체화되고 실행시점이 앞당겨 질 수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예상되는 유럽 재정위기 진행 시나리오는 대략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현재의 불안한 상태가 지속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75%)으로 나타났다.
유럽 중심국의 공조가 이루어지며, 그리스가 질서 있는 구조조정 진행, 스페인,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제한적 수준에서 이루어질 경우 재정위기 여파가 완화되면서 장기간에 걸쳐 원상회복 수순을 밟는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에도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출현, 국제금융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그리스 디폴트 이후, 포르투갈 등으로 확산되는 경우(20%)다.
그리스의 비교적 ‘질서 있는 디폴트’ 선언 이후 유럽 경기둔화 지속으로 포르투갈 등의 추가 구제금융 및 민간 투자자 손실부담 필요가 제기될 수 있다. 또한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스페인, 이탈리아 신용등급 하향이 계속되며, 유럽 중심국들이 사후적 대응으로 나서 2008년 리먼 사태 수준의 충격은 아니지만, 큰 충격이 예상된다.
세 번째 시나리오(5%)는 재정위기 확산과 금융시장 대혼란이다.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 및 EU 탈퇴 등이 무질서하게 진행되며 포르투갈, 아일랜드를 넘어 이탈리아, 스페인도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된다면 리먼 사태 수준의 금융위기에 빠질 수 있다.
□美 주택시장 회복은=미국은 지난해 1분기를 단기 저점으로 완만한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민간부분의 자생적 회복을 바탕으로 한 선순환 흐름을 판가름하기 위해서는 투자 동향을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투자가 선행돼야만 고용시장 개선 및 총수요 회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중에서도 눈여겨볼 부분은 주택시장. 주거용 투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2분기 연속 증가했으나 증가폭이 아직 미흡하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A)이 매월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HPI)는 지난해 4월이후 상승세로 반전했으며 주택판매량도 완만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신규 주택허가 건수가 2010년 5월 이후 지난해 10월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주택경기가 조금씩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주택차압률은 2009년 2/4분기 4.3%를 기록한 이후 4%대 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미국의 모기지 연체율이 2010년 1/4분기 10.06%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이후 5분기 연속 하락해 향후 주택경기가 반등할 경우 주택가격 상승 및 판매량 증가가 예상된다.

□중국경제 연착륙 변수는=중국경제 성장이 둔화될 경우 한국은 물론 아시아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경착륙을 점치는 목소리는 크지 않으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최근 산은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중국은 9%에 못 미치는 완만한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긴축정책에 따른 경기둔화로 중국정부가 추진하는 내수시장 확대정책의 성장요인들을 고려하더라도 9% 이상의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의 내수시장 확대 부진 및 수출 둔화 효과가 중복될 경우 과잉 설비투자 문제가 부각되면서 성장률의 추가하락도 우려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관련 지수들도 하락하고 있는 점도 성장세 둔화 전망을 부추기고 있으나 잠재적인 성장 목표치 8%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
이는 중국이 정부부채/GDP 비율이 16.8%로 선진국 평균 97% 및 세계 평균 67%에 비해 양호한 상태로 재정정책을 실시할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도 부채비율 26.7%를 포함해서 43.5% 수준에 그쳐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한편, 중국경제 성장은 소비둔화 조짐이 보이면서 소비보다 투자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3분기까지 중국의 투자 성장 기여도는 5.0%p로서 소비의 성장 기여도 4.5%p를 상회, 소비의 성장 기여도가 투자의 성장 기여도보다 낮아져서 투자 위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24.9%로 2010년 24.5%에 이어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 불안한 흐름 보여=올해도 에너지 가격은 하방경직적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금융센타가 최근 발표한 유가 전망에 따르면 상반기 박스권 움직임 속 하향세가 이어지다가 하반기 들어 불확실성 일부완화를 전제로 상반기 대비 강세전환 될 것으로 보인다.
평균 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100~115달러 수준에 이를 전망이며 상승 및 하락의 양방향으로 일시적인 큰 폭의 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 세계 원유수요는 올해에도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유럽위기 및 경기 불확실성을 감안할 경우 하향조정의 가능성도 상존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글로벌 수요를 전년보다 130만 배럴(1.5%) 늘어난 9,050만 배럴을 전망했고 美 에너지정보청(EIA)과 OPEC도 올해 수요를 각각 8,962만배럴(전년비 1.6% 증가), 8,901만 배럴( 1.4% 증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예상은 주요 투자은행(IB)들도 비슷해 JP Morgan 8,960만 배럴, Barclays 9,020만 배럴을 전망했다.
한편, 원유 수급 외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美달러화 움직임, 금융자금 동향 등도 국제유가 변동성을 크게 할 요인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중동지역의 정정불안 가능성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중동지역 긴장 고조만으로도 원유공급 불확실성과 유가 상승압력 증대는 불가피 할 전망이다.

□환율갈등 재현되나=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선진자금의 신흥국 이탈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배경에는 선진국의 통화완화 조치와 신흥국의 내수팽창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신흥국 통화의 절상 흐름도 재개될 것이다. 다만 선진국 수요 둔화로 신흥권의 수출이 위축됐고, 이미 지난해 극심한 자본유출입의 후유증을 맞본 만큼 신흥국은 자본유출입 규제 강화와 더불어 강도 높은 통화 절상을 쉽게 용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美상원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환율감시개혁법안’을 통과 시켰다.
법안은 저평가된 위안화를 부당한 보조금으로 간주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미국의 기업과 노동조합이 상무부를 상대로 외국 정부의 환율조작 의혹조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美의회 법안 통과 이후 중국은 오히려 위안화를 절하시키면서 미국에 대응하고 있으며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는 미국의 조치를 보호무역주의로 규정해 향후 美·中간 환율 갈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미국의 환율갈등 촉발은 단기적으로 美·中간 무역 불균형 시정 및 자국 수출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과거에도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플라자 합의 등을 통해 독일, 일본 등 무역 흑자국을 대상으로 환율 절상을 관철시킨 사례가 있다.
그러나 향후 미국의 ‘환율감시개혁법안’은 美·中간 무역 및 정치적 갈등 우려로 시행에 이르기까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직접적인 갈등은 피하면서 다른 선진국과의 공조 등을 통해 위안화 절상압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위안화 절상압력을 의식해 위안화 절상폭을 소폭 확대하는 선에서 선진국과의 갈등을 피해 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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