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만 3년이 지났지만 경기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 6대 선진국의 실질 GDP를 살펴보면 겨우 미국과 독일이 2011년 3/4분기 말 현재 3년 전의 경제규모를 회복했고 프랑스가 간신히 3년 전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반면 영국과 일본, 이탈리아는 위기 전 규모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3년 이상 뒷걸음치고 있다는 점에서 회복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어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상황을 2008년에 비해 더욱 비관적으로 본다. IMF 수석경제학자를 역임한 하버드대학의 케네쓰 로고프 교수는 이런 현 상황을 ‘제2차 대수축기’라고 표현했다. 10년 이상 경기침체가 계속됐던 1930년대 대공황이후 최대 규모의 경기침체라는 뜻에서 2차라는 것인데, 한마디로 말해 조만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기침체는 산출과 고용의 부진이 특징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재고물품이 소진되고 새로운 상품의 생산을 위한 투자와 고용이 증가하며 경기회복기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민간부문의 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또 미국의 경우 중위소득가구의 실질소득은 2007년 6월부터 2009년 6월까지 2년 동안 3.2%나 하락했고 2009년 6월부터 2011년 6월까지 2년 동안에는 추가적으로 6.7%가 하락했다. 그냥 내버려둬서는 자연적으로 민간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태이다.
세계경제가 도무지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때문에 민간소비가 저조한 상황에서, 재정촉진정책조차 펴지 못한다면 결국 경제가 쪼그라드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미국 예일대학의 로버트 쉴러 교수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기간인 1년간의 총생산, GDP와 비교해 국가의 부채규모를 따지는 것이 과연 위기를 진단하는 올바른 사전 척도가 될 수 있냐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부채규모가 GDP 대비 90%가 넘는 국가는 위기를 맞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투자자들은 그리스 같은 유럽국가의 국채 매입을 꺼려했고, 그 결과 이들 나라의 채권이자율이 폭등하고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었는데 이런 상황은 난센스라는 것이다.
흔히들 국가부채가 GDP 대비 90%가 넘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재정긴축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경기가 침체되니까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것이지 국가부채가 늘어서 경기가 침체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채를 이유로 재정을 긴축하면 오히려 저성장을 초래해 세수가 줄어 국가부채가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이 초래될 것이라고 쉴러 교수는 우려한다.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재정완화를 통해 경제성장의 추가하락을 막고, 중기적으로 재정의 균형을 꾀하는 유연한 재정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대외의존도 즉, GDP 대비 수출입 합계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대외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세계경제 저성장에 따른 경제성장률의 추가적인 하락을 피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저성장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기업은 이전과는 어떻게 다르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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