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플랫폼(Platform)’이라는 용어가 유행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플랫폼전략, 플랫폼 생태계, 플랫폼 경제학, 등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장식된 책들이 수없이 나온다.
플랫폼은 기반을 구성하는 틀을 뜻하는데 산업마다 그 의미가 다르다. 자동차산업에서 플랫폼은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등 주요부품을 얹는 기본골격을 지칭한다. 차량의 주행성능, 내구성, 안전성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플랫폼을 하나 개발하려면 수천억원대의 투자비가 소요된다.
이처럼 전통적 의미의 플랫폼은 여러 부품과 기술이 얹혀져 작동하게 만드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기반을 뜻한다. 이런 플랫폼의 개념이 최근 동반성장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간주돼 소비재, 서비스,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란 기존의 사업기반이나 유통망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타사제품을 얹어 시장에 태워보냄으로써 성장기회를 추구하는 사업방식이다.

플랫폼 비즈니스 세계 ‘각광’

일반적으로 고유 사업영역에서 성장이 한계에 부딪치면 신제품이나 신규사업을 개발함으로써 추가적인 성장을 추구한다. 이와 같은 전형적 성장전략은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면서도 성공가능성이 낮아 리스크가 매우 높다. 하지만 이미 구축해 놓은 인프라기반을 이용해 남이 개발해 놓은 제품을 판매하면 비용과 리스크는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게 된 계기는 2008년 애플이 앱 스토어(App Store)를 선보이면서부터다. 앱 스토어는 애플이 운영하는 ‘개방형 온라인장터’로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기반으로 가동되는 모바일 응용 컨텐츠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담당한다. 애플은 앱 스토어에서 거래되는 컨텐츠의 수익의 일부를 수수료로 챙김으로써 가만히 앉아 엄청난 이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애플이 플랫폼 사업의 진수를 보여주면서 구글(Google)을 비롯한 수많은 IT업체들도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열을 올리게 됐고 이런 분위기가 타 산업에도 확산돼 플랫폼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플랫폼 사업이 더 특별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동반성장에 대한 압력 덕분이다. 동반성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공생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中企주도시 동반성장 지속

어느 소비재 대기업은 작년에 다수의 품목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제품확장에 제동이 걸리자 사업방식을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자사의 마케팅 네트워크와 유통망을 플랫폼으로 사용해 중소기업 제품을 소매점과 소비자에게 태워보내는 사업방식이다. 이 대기업은 해외지사망과 연계해 중소기업 제품의 수출을 지원해 주는 플랫폼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모델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판이고 중소기업은 플랫폼에 속한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어느 한 기업이 만든 플랫폼에 들어간다는 것은 스스로 특정 기업에게 구속되고자 자유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일단 한 플랫폼에 속하면 다른 플랫폼으로 이전하거나 독자적 시장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일단 처음에는 대기업의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언젠가는 독립할 각오를 갖고 준비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대기업에게 종속돼 영원히 그 울타리를 떠날 수 없게 된다.
중소기업을 위한 진정한 플랫폼은 중소기업들끼리 협력해 만드는 것이다. 가령, 중소기업중앙회와 같은 단체에서 회원들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해서 제공할 수도 있다. 최근에 출범한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채널도 그런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 되는 플랫폼 사업이 지속가능한 동반성장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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