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경쟁력 확보 후 네트워크 키워라”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을 이야기할 때 “9988”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이는 한국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중소기업이라는 뜻이다. 이렇듯 중소기업의 성과가 한국경제 전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수출을 많이 하는 중소기업이 성과도 좋다고 한다.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다른 기업보다 높고 개선속도도 빠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한 중소기업들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인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는 국내시장의 한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글로벌 봉제완구 업체인 오로라월드는 글로벌 리서치센터 운영, 현지 디자이너 채용 등을 통해 非캐릭터 완구 비중 80%으로 한국 시장과는 상이한 구조를 가진 미국시장을 공략했다. 수출 비중 100%인 글로벌 핸드백 제조업체 시몬느는 제조업체가 디자인을 직접하는 제조자개발생산방식(ODM)으로 25여 개의 해외 브랜드를 직접 공략하여 성공할 수 있었다. 프렌차이즈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분야의 해외시장 개척도 활발하다. 한식 레스토랑 비비고, 이철헤어커커, 박승철헤어스튜디오, 크린토피아, 다비치안경체인, 잉크천국 등 해외 진출 분야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두번째는 기존 거래관계를 글로벌화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해외에 진출해 신뢰를 쌓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기존 기업과 동반 진출시에는 신뢰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IT분야의 부품업체는 해외 인지도가 높은 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평판을 조금씩 쌓아올린 후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를 확대했다. 현대자동차에 차량용 오디오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텔레칩스는 현대자동차의 인지도를 발판으로 일본 닛산자동차에도 공급했고, BMW 등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해외시장에 진출한 기업과의 연계를 통하면 수출시장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과 리스크도 감소시킬 수 있다. 세원정공은 한진의 미국 현지 유휴창고를 사용하면서 보관비의 37%를 절감했고, 한진도 유휴시설 활용으로 추가 수입을 달성할 수 있었다. 또한 갤럭시아디바이스는 중국법인 운영 시 중소기업협력센터로부터 구매와 재료비 절감요령, 제품다각화 등을 전수받았다.
세번째는 기업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다.
신산업 진출 및 신제품개발의 경우에는 시장성은 크지만,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초기부터 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 고속형 전기자동차 ‘블루온’의 핵심부품 개발에 약 130여 개의 업체가 참여했으며, 환경분야에서는 핵심환경기술을 개발한 국내 중소기업 10개사와 SK에너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녹색환경산업 대·중소기업 그린상생 동반체계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이 취약한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관련 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으로 ‘윈-윈’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완제품과 부품업체가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부품과 소재를 공동 개발함으로써 수입을 대체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모비스가 중국에 세계적 수준의 최첨단 장비를 갖춘 기술시험센터를 구축하고 함께 진출한 협력업체들에게 전격 개방하는 등,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부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대기업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활용하여 기업 간 시너지를 증대시킬 수 있다.
중소기업이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는 정보 부족, 약한 브랜드 파워, 해외판매 네트워크 부재 등의 어려움도 따른다. 따라서 성공적인 중소기업 글로벌화를 위해서 정부, 기업 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추진 시 필요한 시장 및 각종 리스크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문제 발생 시의 적절한 대응 및 지원 방안을 모색할 뿐 아니라 자체 브랜드가 약한 중소기업을 위해 ‘Made in Korea’를 브랜드화하는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의 핵심 경쟁력 확보이다. 특정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R&D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유지하여 차별화된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고유의 기술력 뿐 아니라 기업 간 네트워크, 현지기업과의 거래관계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교섭력을 키우고, 퇴직인력 등을 통해 글로벌시장 공략 노하우를 배우는 등 다방면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김정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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