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네발식 확장 지속…서민형 업종까지 기웃”

대기업의 지네발식 사업영역이 서민형 외식산업까지 확장되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재벌가 딸들을 중심으로 한 재벌 2~3세의 경쟁적인 외식업 진출은 혁신과 도전의 기업가 정신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과 LG는 각각 커피와 베이커리 사업을 하고 있는 ‘아티제’와 순대·청국장 사업을 하고 있던 ‘아워홈’의 사업을 철수키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업철수가 자발적인 결정이 아니라 여론에 등 떠밀린 판단이라는 분석이 우세해 기업가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종된 기업가 정신=최근 들어 여론의 비난이 집중된 재벌가 딸들의 사업다각화는 사업상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보다 그룹과 특수관계를 이용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거나 로열티를 주고 외국의 고가·명품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손쉽고 우아한 사업에만 발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결과는 그룹의 주력사업을 상속받지 못한 재벌가 2~3세들의 다수 등장과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손쉽게 돈 벌수 있다는 구조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민형 빵집과 경쟁에 나선 재벌가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호텔신라 사장)씨와 롯데그룹 신영자 사장의 차녀 장선윤씨,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씨를 꼽는다.
이부진 사장은 홈플러스(81%)와 호텔신라(19%)가 합작한 아티제브랑제리 사업에 뛰어 들었다.
장선윤씨는 블리스라는 빵·와인 유통사를 차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포숑’이라는 이름으로 첫 지점을 냈고 롯데백화점 12곳으로 지점망을 넓히는 전략을 썼다.
정유경씨는 조선호텔에서 물적 분리한 조선호텔베이커리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계열 유통사에 ‘달로와요’매장을 내고 빵과 피자를 팔았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딸인 정성이씨가 자신이 고문으로 있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사업부를 통해 ‘오젠’을 운영했다.
현대차 그룹 양재 사옥과 제주 해비치호텔 2곳에 있는 오젠은 김밥, 샌드위치와 커피 등을 판매하고 있다.
LG그룹은 LG패션과 LG유통을 전면에 내세워 서민형 외식산업에 뛰어들었다.
LG유통에서 2000년 분사한 아워홈은 (주)캘리스코를 통해 60여개의 돈까스 매장을 운영중이며 지난 2005년 3월 레드앤그린푸드를 자회사 형태로 설립, 김치절임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아워홈은 구본성,구미현,구명진,구지은씨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대명코퍼레이션은 떡볶이 전문점 베거백을 설립했다. 베거백은 서울 강남과 목동,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에 매장을 내고 ‘고추장카레떡볶이’ 등을 메뉴로 개발해 서민형 외식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거세지는 소상공인 반발=커피숍이나 제과점까지 대기업의 독무대가 되면서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동네빵집’은 큰 타격을 입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자영업자 제과점의 폐업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2003년초 전국 1만8천여개였던 점포가 지난해 말 4천여곳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8년만에 무려 77.8%가 감소한 것으로, 대표적인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파리바게뜨가 지난해 점포수 3천개를 돌파하는 등 무섭게 성장한 것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특히, 재벌가 딸들이 커피전문점과 제과점을 결합한 형태의 ‘럭셔리 베이커리’ 사업에 진출한 것도 동네 빵집들에게 상당한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조담용 빵굼터 대표는 “내수경기가 장기간 침체된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골목 빵집 점령이 가속화 되고 있다”며 “재벌가 딸들의 빵집 진출로 심리적인 타격도 입었지만 파리바게뜨 같은 대기업빵집의 싹쓸이 전략에 소상공인들이 당해낼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아무리 빵을 맛있게 만들어도 돈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거대 기업과는 경쟁자체가 어렵다”며 최근 문을 닫은 홍대 리치몬드 제과점을 예로 들었다.
□대책은 없나=우선 실종된 기업가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재벌에 대한 평가는 양면성이 있지만 1∼2세대는 적어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일자리를 만들고 국부를 늘린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3∼4세로 넘어오면서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하나금융그룹 주최로 열린 ‘드림소사이어티 강연’에서 연사로 참석한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80) 교세라 명예회장 겸 일본항공(JAL) 회장도 이같은 내용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강연에 이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대담에서 이나모리 회장은 기존업무와 관련 없는 분야로 확장하는 대기업에 대해 “회사를 발전시키려면 다른 분야로 넓혀갈 수밖에 없지만 여기에는 대의명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일이든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어선 곤란하다”며 “이익을 추구하되 올바른 일을 한다는 도덕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기업 서민형 업종 진입자제 정책건의 일지

- 2011.5. 2 청와대 경제5단체장 회동시 건의
- 2011.6. 9 리더스 포럼 ‘특별 정책토론회’ 주제발표-대기업 사업영역 확대와 서민경제의 관계
- 2011.6.29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공청회 개최(대·중기 동반성장, 적합업종 선정 등)
- 2011.8.17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강화 공청회 개최
- 2011.9. 1 ‘중소ㆍ서민경제 국민 대토론회’-대기업의 서민형 업종 진출(제과점, 떡집 등) 현황 동영상 제작 홍보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 中企가 대기업 추월

대기업의 도를 넘는 확장과 달리 한 우물 파는 중소기업이 국가경제의 버팀목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연관분야의 첨단 산업으로 기업이 성장하면서 고용창출 효과도 커지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세계일류상품 리스트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세계일류상품은 584개로 이중 대기업제품이 173개인데 비해 중소기업 제품은 4백여개로 나타났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 121개를 놓고봐도 대기업 제품은 54개인 반면 중소기업 제품이 67개로 세계시장을 누비는 중소기업 일류상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세계 1위 점유율을 자랑하는 중소기업 제품이 첨단 장치나 부품, 완제품 등으로 구성돼 대기업에 비해 질적으로 뒤지지 않아 이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오바마 폰’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비즈니스 휴대전화 블랙베리의 대표적인 기술인 ‘트랙볼’. 손끝 하나로 휴대전화는 물론 IPTV 리모컨, 전자사전 등을 다룰 수 있는 이 기술은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크루셜텍(주)(대표 안건준)이 개발한 모바일 광마우스 덕분이다.
창업초기부터 세계적 휴대전화 제조사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나선 이 회사는 모바일용 광마우스인 OPT(Optical TrackPa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글로벌 시장개척에 나선 결과 매출액의 95%를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지식경제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광 조이스틱) 인증을 받은 이 회사는 내년중으로 매출 1조원 달성과 Input System 분야 세계 최고가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포장재 외길 30년을 걸어온 박병웅 대아산업(주) 대표는 골판지 제조에서 출발, 원천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실내 마감재를 생산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골판지 상자는 타 제품에 비해 개발이 쉽다는 약점이 있지만 골판지 포장재 하나로 사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며 “다른 곳에 한눈팔지 않고 축적된 노하우를 살린 결과 자동차 부품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주요 생산품은 TV, 자동차 부품 등 수출제품을 포장하는 골판지 상자. 제품의 규격화 및 통일화는 물론 펄프를 원료로 자동차 천정용 마감재를 생산한다. 기존 마감재가 유독성 공해물질을 페놀을 원료로 한 제품이 주를 이뤘지만 이 회사 제품 출시이후 실내공기 오염방지, 단열, 방음, 방습, 흡음효과가 좋아 국내 승용차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핵심 기술을 토대로 연관 산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는 일본과 독일도 유사하다.
정종태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장은 “독일 중소기업은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종에서 글로벌 리더인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학계, 대기업 등과 혁신 기술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진행하는 연구개발(R&D) 투자가 바로 글로벌 시장에서 독일 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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