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방향 신흥국 리스크에 달려”

위기 속에 고성장을 거듭하던 신흥국 경제는 최근 들어 수출둔화, 경제성장률 하락,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1년 3/4분기까지 6%대를 기록했던 신흥국( BRICs 4개국과 Post-BRICs 16개국)의 경제성장률은 4/4분기 5.3%로 급락했고, 2012년에도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내외적 리스크 요인이 일부 신흥국 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동안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세계경제의 침체 및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신흥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향후 전개 과정을 철저히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금융 리스크이다. 외환 보유액이 충분하지 못해 대응능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출되면 외화 유동성 부족, 자금중개기능 약화 등의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신흥국의 글로벌 금융시장 연계성과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한 결과 헝가리, 폴란드 등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둘째, 재정 리스크이다. 재정수지 적자 심화로 정부의 자금조달 상황이 악화되고 국채 차환이 어려워지면서 재정위기가 발생할 위험을 말한다. 재정 리스크는 국가채무 신용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과 자금조달 필요액 등의 재정건전성 지표를 통해 파악했다. 그 결과, 재정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로 CDS 프리미엄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필요 자금조달 규모가 큰 헝가리 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셋째, 수출 리스크이다. 선진국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부진으로 신흥국 경기가 위축될 위험을 말한다. 실제로 분석대상인 20개국은 2001~2008년까지 연평균 17.1% 수출 증가세를 보였으나, 2012년에는 4%대 이하의 저조한 증가세가 예상된다. 특히 내수 비중이 낮고 유럽 등 특정 지역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수출 부진에 따른 경기급락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부 동유럽 국가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은 내수 규모가 작은 가운데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지역에 대한 편중이 심한 국가들로 지목된다.
넷째, 물가 리스크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경제적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위험을 말한다. 최근의 高유가 지속, 기상이변에 따른 식품 가격 변동성 확대 등도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심화시키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목표치와 비교한 물가 수준과 상승세, 물가의 유가 민감도, 소비지출 중 식품 비중 등을 통해 판단해보면 인도와 터키 등은 2012년 물가상승률이 자국 중앙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베트남과 태국 등은 유가와 식품 가격 상승에 취약한 국가로 물가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다섯째, 정치 리스크이다. 선거, 정정 불안 등에 따라 사회갈등 심화, 정책 혼선 등이 발생하여 소비/투자 심리가 악화될 위험을 말한다. 실제로 분석대상인 20개국 중 6개국에서 2012년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한국의 수출과 성장에서 차지하는 신흥국의 비중을 고려할 때 신흥국 리스크는 한국 경제의 향방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신흥국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번 SERICEO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대부분(81%)이 신흥국에 대한 2012년 수출이 2011년에 비해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신흥국의 리스크에 대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48.4%로 가장 많았었는데, 국가별로 차별화된 성장 및 위기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양한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응체제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종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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