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제력 집중 심화 … 사회 양극화 초래”

‘경제민주화’가 정치권의 새로운 코드로 떠오르면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이 탄력 받을 전망이다. 이는 심화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대기업으로 집중된 경제력을 분산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위 100대 기업이 우리나라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경제력 집중도가 2003년 42.5%에서 2010년 51.1%로 높아지는 등 대기업으로 경제력이 갈수록 집중되고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여당인 새누리당이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넣으면서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기업 경제력 집중 얼마나=최근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4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될 당시 479개였던 10대 그룹의 계열사가 최근 629개로 늘었다.
또 국내 법인세 신고사업자의 0.1%가 전체 44만 사업자가 한해 벌어들이는 수입의 57%를 차지했고 30대 그룹의 자산총액이 10년 새 3배나 늘었다. 10대 그룹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을 훌쩍 넘었다.
이에따라 전체 상장사 대비 10대 그룹의 매출비중도 2008년 47.18%에서 2010년 말 51.9%로 커졌다.
대기업의 이같은 성장은 한국경제 규모의 확대와 성공적인 세계시장 공략이 주요원인. 그러나 일감몰아주기, 하도급업체 단가 쥐어짜기 및 비용전가, 소기업 소상공인업종 침해 등도 대기업의 몸집 불리기에 일조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55개 그룹 가운데 총수가 있는 35개 기업집단의 계열사간 상품과 용역 거래비중이 12.48%에 달하며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비상장사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23.11%에 달한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수출이 아닌 내수시장에서의 내부거래 비중도 현대(44.17%), LG(40.38%), 삼성(35.63%), SK(23.99%)순으로 비중이 컸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광고·SI·건설·물류 등 4개 분야 20개 업체는 매출액의 64~83%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그만큼 경쟁분야 중소기업의 일감을 독식한 셈이다.
이 뿐만 아니다. 롯데·현대·신세계 등이 운용하는 백화점과 TV홈쇼핑, 대형마트의 판매 수수료는 최고 40% 수준에 달하고 있으며 외식·소매·서비스 부문의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2002년 12만개에서 2008년 26만개로 급증했다. 이같은 결과는 대기업들이 빵집, 커피전문점, 외식업에까지 영역을 넓힌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골목상권을 놓고 소상공인들과 한판 전쟁을 벌인 대기업들은 SSM 확장에 제동이 걸리자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2010년 5월 785개 였던 SSM 점포수가 2011년 6월 983개로 25% 증가한데 비해 같은 기간 편법 가맹점포수는 12개에서 81개로 증가 사업조정 회피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왜 부각되나=짧은 시간에 정치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경험한 한국사회에서 방임적인 시장경제 원칙으로는 극심한 양극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 또한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시장 지배 및 경제력 남용 방지를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개념은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오랜 기간 사실상 묻혀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자본주의의 한계를 경험한 경제주체들이 양극화 치유의 대안으로 경제민주화를 선택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이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으면서 여야가 모두 추진하는 정치권의 보편적 이데올로기로 부상한데 이어 대권주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등이 모두 경제민주화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어 이같은 흐름이 탄력 받을 전망이다.

□중소기업계 노력 ‘활발’=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의 경영애로와 현안과제를 발굴, 정부 및 관련기관에 건의한 정책과제는 모두 537건. 이중 분야별 중소기업 정책과제는 13개 분야 328건으로 세제·회계 분야의 정책과제가 58건(18.5%)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별 정책과제는 12개 지역 209건으로 나타났다.
분야별 정책과제 중 66건이 정책에 반영됐으며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건의는 60여건에 달했다. 이중 동반성장과 소상공인·유통관련 분야가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 정부정책에 반영된 주요 건의사항으로는 동반성장 분야에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위원회 구성·운영 ▲대기업의 과도한 일감몰아주기 개선 ▲MS사의 불공정거래행위 시정 ▲하도급대금지급보증서 교부시 철저한 관리감독 강화 ▲대기업의 중소기업 경력직 금형인력 스카웃 지양 등이다. 반면, ▲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 권한 위임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대·중기 동반성장 실효성 제고 ▲건설공사 저가하도급 방지대책 마련 등은 일부 반영됐다.
이같은 건의 결과 지난해 4차에 걸쳐 동반성장위원회는 총 82개 품목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했고 협동조합에 납품단가조정신청 권한 위임을 골자로한 하도급법이 개정됐다.
소상공인 유통분야에서는 2010년 지속적으로 건의한 유통산업발전법이 지난해 6월 개정되면서 전통상업보전구역 범위가 전통시장 또는 전통상점가의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서 1km 이내로 확대되었고 신용카드·백화점·은행 등 3대 수수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여신금융업법 발의 및 백화점·카드 수수료 인하를 이끌어 냈다.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지난해 적합업종 선정, SSM 규제법안 마련, 백화점 및 카드 수수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계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우선 대·중소기업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근절을 위해 도입한 납품단가조정협의제가 중소기업협동조합에 하도급대금 조정신청 권한만 부여돼 있어 활용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월적 지위에 있는 원사업자에 대한 수급사업자의 납품단가조정에 관한 실질적인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업종별 협동조합에 납품단가조정협의 신청 및 협의권한의 위임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또한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율적인 합의에 따라 업종이 지정되고 합의사항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실효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업종지정이 제조업에 국한돼 서비스업까지 확대시켜야 한다는 중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의 편법 SSM 진출도 문제다. 대기업들이 관련법에 따라 SSM 진출이 어려워지자 사업조정 회피를 목적으로 가맹점 형태의 SSM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점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이 저조한 틈을 타 편의점 형태의 SSM 개점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SSM 개설시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하고 대기업 위탁가맹점의 경우 지분에 관계없이 사업조정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특히 SSM 입점 전 구청 및 시청이 영업관련 허가 또는 등록 절차진행시 시·도지사에게 통보를 의무화하거나 국세청 사업자등록시 시·도지사에게 통보를 의무화하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 백화점 수수료 문제도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대규모소매업거래공정화법의 조속한 개정을 통해 입점기업 협의체 구성을 통한 입점기업의 협상력 향상과 과도한 판매수수료율 인하 및 수수료율 상한제 도입, 합리적인 인테리어 판촉비용 부담기준 마련 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발언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출자총액제한제도는 대주주의 사익을 위해 남용되는 부분이 있어 고민중 이다. 출총제 폐지의 장점은 살리지만 남용부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강화하거나 출총제 쪽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재벌이 어떻고 저렇고 이야기가 많지만 실제로 지금와서 보니 제대로 된 것은 전혀 없다. 양극화만 심화됐다.”(1월19일 기자간담회)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중소기업을 죽이면서 재벌을 살찌우는 지금의 경제 구조로는 우리 경제가 더 이상 발전을 하기 어렵다. 재벌개혁을 해야할 시점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실력을 키워줘야 한다.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을 하도록 협력 자금을 모아서 앞으로 중소기업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겠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 관행이다. 주문과정이나 납품과정이나 결제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공정행위가 많이 있고 구두발주, 납품가 후려치기와 아직도 어음 결제를 한다든지 이런 것을 고쳐야 한다.”(2월7일 라디오 출연)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대기업의 이익공유제는 결과에 집중하는 것인데 이보다는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불법적인 부분을 논해야 한다. 신생업체는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해 불공정 계약을 울며 겨자먹기로 맺는데 그 순간 삼성동물원, LG동물원, SK동물원에 갇히게 된다. 결국 동물원에서 죽어야 밖으로 나갈 수 있다.”(지난해 3월 관훈포럼)

-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지난해 10월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를 가졌다. 〈중소기업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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