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발생하고 있는 인권유린 사례는 단기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해 불법체류하는 외국인들에게서 주로 일어나는 것이 사실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외국인산업연수생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중소벤처신문은 문화와 생활습관이 다른 이국 땅 한국에 와서 훌륭한 산업역군으로 거듭 나고 있는 외국인산업연수생들의 성공적인 한국생활 적응 과정을 시리즈로 게재해 불법체류자의 온상으로 알려진 외국인산업연수생제도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인천 남동공단에서 지퍼용 원사를 생산하는 한국모노(대표 이규연).
이 회사는 남다른 고용철학으로 외국인 연수생들을 대우하기로 유명하다. 한국모노 이규연 대표는 “외국인 연수생들의 인건비가 내국인의 85% 수준이지만 나머지 15%를 연수생들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며 “연수생들에게 동기부여와 책임감을 동시에 심어줘 서로가 승자인 윈-윈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지퍼코일로 불리는 지퍼용 원사 국내시장의 50%를 공급하는 이 회사는 작업 공정상 재고물량 조절을 위해 전체 공정을 세워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일단 가동을 시작하면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지만 전기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작업 전 예열과정 및 작업 후 냉각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기계를 멈추면 보통 2박3일은 푹 쉰다.
이같은 특성상 한국모노에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황금연휴가 찾아온다. 심각한 인력난 때문에 산업연수생을 활용하는 한국모노에는 연수생들이 배정된 이후 연휴의 활용방법이 달라졌다.
산업연수생 4명을 활용하는 한국모노는 겨울만 되면 2박3일의 스키여행을 떠난다. 열대지방 출신인 연수생들은 처음 접하는 눈이 신기할 뿐만 아니라 스키타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또 계절이 바뀔 때 마다 한국의 자연과 문화,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발굴 연수생들에게 체험기회를 주고 있으며 최근에는 경기도 부천에 있는 ‘야인시대’ 세트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연수생들이 새로 배정되면 인천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기념관을 방문,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또 한국의 음식문화 및 놀이문화에 적응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한국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방향을 잡아줍니다.”
한국모노는 처음 연수생들을 맞으면 1년 동안 열심히 일 할 것을 주문한다. 그대신 푸짐한 혜택이 돌아갈 것도 잊지 않고 약속한다.
이에 따라 연수생들은 약속된 1년이 지나면 15일 동안 고향에 다녀올 수 있도록 회사측에서 전체 경비를 지원한 특별휴가를 떠난다.
회사측은 국산 전자제품이나 화장품세트를 선물로 주는 것도 잊지 않아 현지 사람들에게 한국 브랜드를 알리는 기회로 삼고 있다.
“한국생활 중 월드컵 관람이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회사측에서 경비를 선뜻 지원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산업연수생 모하마드씨(37)는 지난해 여름을 잊지 못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를 전국을 돌아다니며 직접 두 눈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경기관람을 후원해준 이규연 대표는 “한 골 넣으면 핸드폰으로 연락이 올 정도로 좋아했다”며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이벤트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측의 세심한 배려덕분에 연수생들 또한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로 탈바꿈하고 있다. 몇 해전 여름. 이 대표가 퇴근하기 전 마지막으로 현장점검을 한 일이 있다. 전기로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공장안에는 속옷차림으로 바삐 움직이는 연수생이 있었다. 확인결과 원사생산 공정상에서 원사가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응급조치가 없을 경우 원사가 뭉쳐 기계 파손으로 이어질 상황에서 근무를 마친 연수생 알렉스(36)씨가 쉬다말고 뛰쳐나와 현장수습에 열중했던 것. 이규연 대표는 “내국인 보다 더한 애사심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남다른 철학으로 직원들을 대한 결과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회사측의 배려와 연수생들의 열성 덕분에 한국모노는 매년 10%대의 성장을 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한국모노는 늘어나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늘려 새로운 공장으로 오는 10월 이전할 예정이다.
박완신기자·wspark@kfs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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