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향상위해 R&D 투자 확대해야”

1960년 3천만달러에 불과했던 한국 수출의 규모는 작년 2011년 세계 7위에 올라설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여 왔다. 2000년대는 그 규모의 상승 추세가 더 가팔라서 GDP 대비 수출 비중 평균이 41.8%로, 1970년 24.0%, 1980년대 33.2%, 1990년대30.2%에 비해 상당히 높다.
이는 OECD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여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2010년 한국의 수출비중은 52.4%인데 비해, 같은 해 영국 29.5%, 프랑스 25.5%, 독일 46.1%, 일본 12.6%(20009년 기준), 그리고 미국 11.2%(2009년기준)였다.
이러한 수치는 한국이 전형적인 수출주도형 경제라는 것을 반증해주는 동시에, 한국 수출 기업들이 한국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왔을 것으로 예상하게 한다. 따라서, 수출의 학습효과를 한국기업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기업이 수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정보 획득, 유통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물류비용 등과 같은 추가적인 고정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비수출 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성공한 수출기업을 보면, 다른 방향의 인과관계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바로 수출 활동과 기업 생산성 증가 측면이다.
수출의 학습효과(learning-by-exporting)는 실제로 생산과정 중에 단순한 과정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상황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려는 노력 속에서 축적되는 경험의 산물이다.
이런 의미에서, 수출의 학습효과는 기업이 수출활동을 통해 국제 경쟁에 노출되면서 선진기술을 능동적으로 습득 및 학습하게 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업의 생산성 증가 효과다. 이런 능동적인 활동은 기업 외부의 기술을 흡수하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의 흡수 능력을 배양시키는 기업의 R&D 투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KIS VALUE에서 제공하는 외감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출의 학습효과를 추정해본 결과 매출액 대비 R&D비중이 높은 수출 상위 25%기업들은 수출 학습효과로 인해 총요소생산성이 25.3% 증가하고 그 효과가 지속될 확률도 높은 반면에, 하위 25%기업들은 수출의 학습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NAFTA 이후의 캐나다 기업을 연구한 토론토 대학의 대니얼 트레플러(Daniel Trefler)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NAFTA 이후 생산성이 낮은 캐나다 기업들이 고전했지만, 미국 시장에 접근이 용이해짐에 따라 넓어진 시장에서 창출될 수 있는 수익을 얻고자 적극적으로 기술투자를 하게 돼 결국 이들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과 제품혁신을 얻게 되었다.
이런 결과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수출의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음을 암시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차원에서는 우선 기업의 흡수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R&D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의 흡수능력은 기업의 R&D 투자 외에도, 기업의 인적자원 개발과 관리에 상당히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차원에서는 기업이 R&D투자를 보다 확대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유인책은 물론, 수출초기에 초점을 맞추어 왔던 지원정책을 수출기업의 성장단계에 맞게 탄력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수출의 학습효과가 주는 또 다른 중요한 시사점은 선진국 시장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선진국 시장은 혁신역량이 풍부해 한국의 수출기업에게 좋은 학습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 시장에 비해 품질·안전·보건·환경표준 등이 더 엄격한데, 이는 신제품과 신기술에 대한 학습기회는 물론, 수준 높고 까다로운 선진국 고객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2011년에 발효된 한-EU FTA와 2012년도 발효를 앞두고 있는 한-미FTA를 선진국 수출시장확대와 동시에 수출의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보려는 능동적인 기업가의 자세가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

강영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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