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얼리 400배 성장의 비결

패션명품을 온라인에서 ‘반짝세일’하여 전 세계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미국의 온라인 명품 플래쉬세일 사이트 ‘아이디얼리(ideeli)’이다. 직원 5명으로 뉴욕에서 출발한 아이디얼리는, 2007년 19만 달러에 불과하던 연매출을 2010년에는 400배 성장한 7,770만 달러로 키워내며 2011년 Inc. 매거진이 뽑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1위에 선정되었다. 아이디얼리의 놀라운 성장, 그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첫 번째 비결은 소비자의 니즈를 포착, ‘아이디얼리’란 이름 그대로 ‘이상적인’ 쇼핑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황기에도 명품을 향한 구매욕으로 할인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그곳에서는 명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대신 최신 트렌드는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디얼리는 최적의 구매 타이밍을 포착하여 저렴한 가격과 최신 트렌드라는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았다. 시즌오프세일 돌입 직전, 트렌드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확보하는 것이다. 200여명의 아이디얼리 바이어들은 바쁘게 뛰어다니며 수백 개 브랜드의 재고 상황을 점검하고 구매협상을 진행, 매일 500개 이상의 신상품을 확보한다.
두 번째 비결은 아이디얼리의 독특한 플래쉬세일 시스템에 있다.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심리 중 하나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상품을 구입했다는 자기만족과 자기차별화를 들 수 있다. 그런데 할인매장에서 가격 장벽이 낮아지면서 명품만의 아우라는 희석되고 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이디얼리는 판매 시간을 한정하는 플래쉬세일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전 10시, 그날의 신상품이 사이트에 공개된 후 2시간 후부터 판매가 개시되면 450만여명의 아이디얼리 회원들은 딱 40시간 동안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고가의 명품이 최대 8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지만, 누구나 구매할 수는 없도록 시간을 제한한 것이다.
마지막 비결은 쇼핑을 일상의 재미로 만들어낸 아이디얼리의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아이디얼리는 매일 수백개의 많은 상품을 공개하기 때문에, 상품 브라우징에 피로해진 고객들이 사이트에서 이탈하는 위험을 갖고 있다. 그 대안으로 아이디얼리는 마치 전시회에서 큐레이터가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안내해주듯이 고객들에게 상품을 ‘큐레이션’한다. 예를 들어 연말연시에 판매하는 파티룩은 “be glam”, 요가복에는 “new year nirvana” 같은 이름을 붙이고 스토리에 맞게 상품을 배치하여, 브라우징의 편의를 높이고 쇼핑의 재미를 배가하는 것이다. 매일 입고되는 새로운 테마의 신상품은 고객들에게 하루 5분씩의 아이쇼핑 기회를 제공하는데, 사이트를 정기적으로 찾는 회원들이 늘어나면 이는 곧 판매 증대로 연결된다.
아이디얼리의 CEO 폴 헐리는 정치학을 공부한 중년 남성으로 패션피플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는 10대 시절 잔디깎기회사를 시작으로 창업과 실패를 거듭하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패션에 문외한이었던 그가 급변하는 패션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러한 경험과 실패에서 우러난 통찰력에 있을 것이다. “아이디얼리는 유통의 미래를 연구하는 실험실이며, 현재 유통산업에서 이곳보다 재미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폴 헐리와 아이디얼리의 통찰력을 눈여겨보자.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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