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활성화 후커우 제도에 달려있다”

후커우 제도란 한국의 주민등록제도와 유사한 제도로 자신의 거주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후커우’를 자유롭게 이전하지 못하고 특정한 자격이 갖춰져야만 이전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후커우’를 가진 지역에서는 의료, 교육, 최저생계비 등의 복지혜택을 받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지만 ‘후커우’가 없는 경우에는 이러한 사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즉 중국의 경우 거주이전은 가능하지만 주민등록이전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후커우 제도는 급속한 인구이동을 막는 안정장치도 되지만 중국 경제의 딜레마로도 작용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이후부터 중국 공장에서 일할 노동자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소위 ‘민공황’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경제가 성장하면서 과거보다 노동공급이 감소한 측면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후커우’ 제도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아직도 농촌에 6.5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고, 이 중 경제활동 인구는 절반 이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정부는 2010년 12차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과거의 수출/투자에서 내수소비가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성장방식의 전환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에서 일하는 농민공들은 사회보장이 없기 때문에 의료, 교육, 양로 등 모든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 결국 자신이 버는 수입에서 저축을 하여 이러한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를 극도로 줄이고 저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전세계 명품의 각축장이 되고 해외에서 과소비를 하는 중국인들도 많지만, 이러한 부유층들은 매우 극소수이고 전체적으로는 정부의 ‘후커우’ 정책으로 인해 저축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후커우’ 제도를 개선하면 ‘민공황’도 없어지고 소비도 촉진될 가능성이 높다. ‘후커우’제도를 폐지하면 도시에서의 혜택을 보기 위해 도시로 상경하는 농촌인구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대부분은 저소득층일 가능서이 높아 지방정부의 재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인프라, 복지비용 등을 크게 상승시켜 오히려 지방정부의 재정수지를 크게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방정부는 재정수입의 30% 이상을 지방정부가 보유한 토지를 팔아서 메꿀 만큼 지방정부의 재정이 취약한데, 만일 도시 집중화 현상이 발생한다면 지방정부는 이러한 사회복지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소비주도 성장을 지속해야 하지만 ‘후커우’ 제도 폐지를 통한 혼란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최근 중국 정부는 여러 부문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
우선은 전국에 다수의 중소도시를 건설하며 내륙개발과 동시에 고향 근처의 도시에 취업하여 사회보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동부 연안 지역은 고부가의 첨단 신성장 산업의 기지로 주력산업 전환을 하여 자연적으로 저임 노동력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켜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다.
결국 기존의 경제가 발달한 연안지역에서는 첨단 자본집약적 산업을 성장하고 노동집약적 산업은 내륙으로 이전하는 추세는 향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러한 추세를 고려하여 대(對)중국 사업을 조정하고, 동시에 탄탄한 내수기반 구축을 통해 중국 내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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