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불안의 불씨 잠재돼”

2011년 일본의 무역수지는 2조 5천억엔의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 1980년 이후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일본이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을 두고 국내외 매체는 ‘일본의 무역적자 구조가 고착화되고, 나아가 경상수지까지 적자로 돌아서, 재정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이 왜 무역적자로 돌아섰고 무역적자가 지속되면 일본경제가 어떻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시각이 생겨난 것일까?
일본의 무역적자 전환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즉, 지진의 여파로 생산설비 파손에다 일본이 자랑하던 부품공급망까지 붕괴되면서 자동차 등 일본의 핵심 수출산업이 생산차질을 빚은 데다 태국 홍수 피해로 인해 수출이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재정 위기 여파로 엔고마저 가속되었다. 반면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화력발전용 LNG와 석유정제제품 등 에너지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일본의 무역수지는 어떻게 될까? 부품공급망이 복원되고, 엔고가 진정되면서 수출은 재차 증가세로 반전되더라도, 원전 가동정지에 따른 에너지용 원료 수입 또한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2011년 지진 이후 늘어난 에너지 수입액만 460억 달러로, 총수출액의 6%인 점을 감안하면 수출이 늘어나더라도 당장 수입을 초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무역적자는 2~3년간 더 지속될 수도 있다.
일본의 무역적자는 그 자체보다 경상수지 및 일본 재정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관심을 끌게 된다. 왜냐하면 일본은 GDP의 2배, 즉 1,000조엔이 넘는 천문학적인 국가채무를 안고 있지만 남유럽 국가들과 달리 재정위기가 표면화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무역 흑자를 바탕으로 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 때문이다. 그러나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면 일본도 국채를 발행할 때 해외자금에 대한 의존도를 늘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국채 금리가 점점 높아져 일본은 재정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일본은 자타공인 부자 나라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연평균 1천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 흑자 힘입어, 20년 이상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해왔다. 2010년에는 그 규모가 2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렇게 쌓은 부로 3조 달러가 넘는 대외순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그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거기서 발생하는 배당금과 이자 등 소득수지만 연간 1천억 달러가 넘는다. 2005년 이후에는 소득수지 흑자가 무역수지 흑자를 능가했다. 따라서 무역 적자 구조가 고착화되더라도 앞으로 적어도 10년간은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무역적자, 경상수지 적자가 초미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역적자가 지속시 경상수지 흑자 기반이 약화되는 만큼,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등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이 무역적자를 기록하거나 경상수지가 줄어들 때마다 이러한 가상 시나리오가 망령처럼 되살아나면서, 일본 재정위기와 글로벌 금융 불안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일본의 무역적자 전환과 맞물려 국내의 또 다른 관심사는 對日무역적자 축소 가능성에 대한 기대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농수산물, 석유제품 등에서 늘었을 뿐 만성적인 對日적자품목인 기계류의 무역적자는 그대로이고 화학제품과 전자부품의 적자는 더 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자동차부품의 對日수출이 대폭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 분야에서 對日 적자는 역시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따라서 2011년 對日무역적자 감소를 보고, 對日무역적자의 축소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따라서 일본의 무역적자 전환, 한국의 對日무역적자 축소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對日적자가 줄어들 수 있도록 우리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품목 개발 등을 통해 對日경쟁력을 더욱 늘려 나가야 할 것이다. 동시에, 일본기업이 생산설비의 해외이전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선택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도 사업기회도 찾을 수 있도록 더욱 지혜를 모으는 게 필요하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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