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 장기화 지속 … 수출과의 불균형 심화될 듯

소비부진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1년 4/4분기 우리나라의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0.4% 감소하며, 2009년 1/4분기 이후 11분기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중 민간소비의 실질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율도 -50%로 소비둔화가 경제성장세 저하를 주도했다.
최근 한국의 소비부진은 주요국과 비교해 보아도 심각한 수준이다. OECD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2011년 4/4분기 기준 한국의 전기 대비 실질 민간소비 증가율은 비교대상 16개 국가 중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고, 특히 동 기간,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민간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의 소비는 왜 이토록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소비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소득과 물가, 금융자산 그리고 이자비용 등이 있다. 이상의 주요 결정요인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해 본 결과, 최근 소비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물가불안과 이자부담 확대로 나타났다. 물가상승과 이자비용 증가는 2011년 1/4분기부터 3/4분기 중 실질 민간소비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았을 때 각각 4조8천억원, 1조6천억원 가량 감소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고물가의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실질구매력을 저하시킨 데다,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확대된 결과다.
소득과 금융자산은 소비 증대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소비개선 효과는 2010년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고용의 양적확대에 비해 질적 개선이 상대적으로 미흡했기 때문에 소득개선 정도가 둔화됐고,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자산효과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소비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최근 소비부진의 주요 원인이었던 물가와 가계부채가 쉽게 해결될 문제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자비용의 경우, 금리가 상승하며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진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계부채 부실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가계부채 축소조정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소비여력이 약화돼 가계부채가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상당기간 지속될 듯하다.
물가불안도 점진적으로는 해소되겠지만, 2000년대 중반 같은 저물가 시대가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소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소비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소득이 늘어나야 하는데, 선진국 재정건전화 본격화 등으로 글로벌 저성장기조가 장기화될 거란 전망이 속출하고,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부진 장기화는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킨다. 최근 민간소비 부진이 일시적 충격이라면, 2020년 잠재성장률은 2011년에 비해 0.2%p 하락하는 데 그치겠지만, 구조적인 변화를 수반한다면, 2020년 민간소비의 추세증가율은 1.7%로 0.6%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의 부진은 이처럼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경제전반의 안정성을 훼손해, 한국경제의 고질적 문제점인 내수와 수출 간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소비회복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소비부진의 주요원인이 되었던 물가와 가계부채 문제부터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단기적인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겠지만,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높여서 부채가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점진적으로 완화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업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일자리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고령화 진전에 따른 생산성 저하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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