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8.9% 특허침해 경험있다”

국내 특허등록 건수가 지난 2010년 12월3일 100만건을 돌파했다. 1948년 ‘유화염료제조법’이 제1호 특허로 등록된 이후 62년 만이다. 이는 미국(1911년), 캐나다(1976년), 일본(1982년)에 이어 세계 4번째다. 100만건 달성을 기간으로 보면 미국의 경우 75년이 소요됐다.
이러한 가운데 중소기업의 경우 핵심기술의 특허권을 침해받을 경우 자칫 회사가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특허침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허청과 무역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지식재산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대기업의 경우 조사대상 기업의 0.7%만이 특허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8.9%가 침해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대기업에 비해 9배나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으로부터 기술탈취를 경험한 경우도 적지않아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열악한 지식재산 인프라=대학 및 공공연구기관 220개를 포함 특허를 1건이상 등록한 기업과 연구소 등 17,44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의 38.6%가 지식재산 관리 담당 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나 독립 전담부서 보유비율은 7.9%에 불과했다. 기업 유형별로는 대기업의 60.3%가 지식재산 담당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며 벤처기업(41.6%),중소기업(31.7%)의 순이었다.
그러나 지식재산 담당인력에 대한 직무교육을 실시하는 비율은 36.7%에 불과해 전체의 절반이상이 재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의 경우 직무교육 필요성은 공감하나 실시기업 비율이 28.3%에 불과해 교육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무교육과 관련해서는 전체의 47.7%와 46.7%가 각각 특허제도및 특허정보 검색과 관련된 직무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특허분쟁 및 소송과 특허맵 등 특허정보 분석방법에 대한 직무교육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38.2%와 37.4%로 각각 나타났다.

□지식재산권 침해 유형=지난 2010년 1건 이상 지식재산권을 침해받은 기업은 6.6%로 나타났다.
기업 유형별로는 대기업이 3.2%로 가장 낮았고 중소기업이 6.2%, 벤처기업은 7.9%가 지식재산권 침해 경험이 있었다.
업종별로는 기계산업이 37.6%로 가장 높았다.
권리유형별로는 대기업의 경우 전체 침해사례중 50.3%가 상표권 침해인 반면 벤처기업의 경우 55.5%가 특허권 침해로 타 권리유형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허권 외에는 실용신안권, 상표권, 디자인권이었으며 영업비밀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업종은 인쇄·종이·출판(20%), 사업서비스·통신업 등으로 최다 피해업종에 꼽혔다.
지식재산권 침해제품의 유통지역 분포는 전체 피해사례중 82.1%가 국내로 나타났으며 중국과 미국인 경우도 12.2%와 2.9%로 조사됐다.
지식재산권 침해 원인으로 중소기업은 보호받을 수 있는 법과 제도의 미비와 협력업체 계약위반에 따른 기술유출, 노하우 보유 인력 이동에 따른 핵심기술 유출 등을 꼽았다.
기술유출 등에 따른 피해로는 유사품 유통과 이에따른 매출액 감소 및 시장점유율 하락이 52.2%를 차지했고 영업상 피해는 없었지만 신규시장 진출, 기술이전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 손실 예상도 63.4%로 조사됐다.

□지식재산권 침해 대응수준은=지식재산권 침해 피해 이후 대응활동으로는 경고장 발송이 가장 많았고 구제절차를 신청한 경우는 17.3%에 불과했다. 또한 침해자와 협상을 통해 해결을 시도한 경우는 지식재산권 침해를 받은 기업의 5.2%에 불과했다.
지식재산권 침해로 인한 피해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과도한 시간과 비용소요(71%)를 우선 꼽았고 외국기업과 분쟁시 해당 국가에서의 지재권 법규 등 관련지식 습득 어려움을 꼽은 기업도 58.2%나 됐다.
정부지원이 필요한 부분으로는 지식재산권 침해 대응을 위한 소송 등 비용지원, 실효성 있는 행정적·사법적 처벌조치 강화,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한 통관보류, 대상 지식재산권 범위 확대 등으로 지적됐다.

□해결책은 없나=최근 기술력과 지식재산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인으로 부각되면서 특허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분쟁도 대형화·전문화되면서 위험관리와 예방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분쟁위험을 적시에 경고하고 분쟁 회피나 적절한 대응수단을 지원해주는 예측정보는 매우 부족한 게 현실이다. 특히 특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기업의 특허 가로채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기업의 이같은 사례는 거래 중소기업과의 우월적 지위에서 행해지고 있어 특허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거래단절은 물론 기업의 존폐마저 위협받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0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30%가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을 탈취당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협력과정에서 사업계획서와 각종 기술보고서 제출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른 특허소송도 늘고 있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해당특허권의 효력상실을 주장하며 특허심판원에 제기된 특허무효소송이 지난 2003년 611건에서 2008년 939건으로 급증했으며 권리범위확인심판도 같은 기간 507건에서 696건으로 늘어났다.
특허청 관계자는 “중소기업들도 기본특허를 내고 개량기술을 보완, 출원하는 등 나름대로의 특허망을 구성해야 한다”며 “특허 및 아이디어 도용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사전대비가 최선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한 특허 전문가는 “핵심기술과 관련된 특허망을 구성하는 집중특허 방식도 회피특허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점에서 효과적”이라며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특허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컨설팅이나 자금지원 혜택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허 침해 사례]

“핵심기술 요구·특허공유 요청도 예사”

중소기업 A사는 2006년 하수처리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했다. 한 대기업은 이 기술을 제공받은 후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정부공사를 낙찰받기도 했다. 대기업이 본심을 들어낸 것은 2009년 8월. A사 특허에 대해 특허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공판에서 대기업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중소기업 A사는 바로 항소를 제기했다.
이 회사 대표는 “너무 억울해서 이 모든 사정을 알리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우리의 많은 고객들이 이 사정을 알게 되면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그나마 이뤄지고 있는 납품이 끊길 수도 있어 억울해도 참고 법의 힘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에너지연구도 최근까지 기술탈취 문제로 마음고생을 했다. 한국전력에게 제안서를 건네주었지만 입찰을 하지도 못한 채 계약이 끝났기 때문이다.
B사는 한전의 요청을 받아 2009년 1월 특허출원 중인 지하수를 이용한 냉각기술의 핵심 내용이 담긴 제안서를 줬다. 하지만 회사는 한전과 계약하지 못했다. 이미 한전은 그 기술로 공사해 줄 업체에 대한 공개 입찰을 했고, 입찰 대상을 서울 지역으로 한정해 경기도에 위치한 이 회사는 아예 입찰에 참여할 수도 없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동안 다른 일을 전혀 진행할 수 없었을 정도로 힘들었다.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되어 외부에도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런 상황을 알려 같은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관행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지식·기술집약 산업으로 전환되면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정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계도면과 기술자료 요구는 기본이고 노골적으로 특허공유를 요청한다는 것이 한 중소기업 대표의 주장이다.
해당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거래단절을 우려해 거절하지 못하고 있다. 잘못 보일 경우 납품단가와 연결시켜 후려치기도 한다는 것이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을 탈취당했을 경우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특허소송 제기뿐이다.
중소기업이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해도 대기업들은 ‘특허무효심판소송’을 역으로 제기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
이에 따라 동일한 사안을 놓고 2건의 소송이 진행되는 셈이다.
소송이 시작되면 최종 판결이 나올 때 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대략 4~5년.
첨단기술의 수명주기가 매우 짧은 점을 감안하면 소송결과가 나올 때쯤이면 이미 해당기술이 경쟁력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A중소기업 대표는 “기술을 훔쳐간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봤자라는 분위기가 퍼져있다”며 “대기업 횡포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한국형 빌게이츠나 스티브잡스는 출현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특허관련 소송 기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기간의 특허분쟁으로 개발기술과 회사 모두가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선거사범의 경우 예외적으로 단기간 내에 법원 판결이 나온다. 특허분쟁 또한 최대한 짧은 기간 내에 종결시켜 그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진행된다면 현재와 같은 특허탈취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은 2007년 5월16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지식재산권 관리 및 보호대책 설명회’모습.
<중소기업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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