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중략)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중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라는 노래를 들어보셨는지요? 이 노래는 정지원 시인의 시를 노랫말로 만들어 가수 안치환이 불러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산과 들 그리고 거리에 꽃이 지천으로 넘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꽃은 시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소재이며 아름다움의 대상입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꽃은 식물의 생식기에 불과합니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 자손번식이라는 생명의 본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벌 나비 사람의 손길 또는 바람의 힘을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아름답게 진화한 것이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을 식물의 생식기로 여기지 않고 아름다움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입니까? 또한 꽃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여 사람들은 꽃을 매개로 애틋한 사랑을 고백하기도 하고 과오를 너그럽게 용서받기도 하는 아름다움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꽃이라고 태어날 때부터 아름다웠겠습니까? 비바람에 흔들리고 차디찬 이슬에 젖는 힘겨운 고난의 시간 끝에 따뜻한 꽃을 피웠겠지요.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 아프면서 성장하고 상처를 이겨내며 꽃을 피운 것이 분명하지요.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이 장애를 딛고 서브쓰리(Sub-3:마라톤을 3시간 내에 완주하는 것)에 도전하여 성공하는 모습이 수백만 관객의 눈가를 촉촉하게 적셔준 까닭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무수한 꽃들이 산하를 물들이는 계절에 심하게 흔들리고 실의에 젖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꽃을 피우려는 한 과정일 것입니다.
꽃의 아름다움이 최선이거나 최상의 가치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어가며 고난을 이겨나가는 과정이 적어도 세속적인 출세보다는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설령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지 못한다 치더라도 존엄한 생의 가치와 확고한 목표를 향하여 역경을 이겨내는 사람의 모습에서 꽃의 채취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글·시인 이병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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