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대신 사택 구입하니 기술력 좋아졌죠

대기업의 경영 형태가 중소기업을 힘들게 한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는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처럼 서로에게 의지하며 함께 나아가는 경우도 많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가전제품의 플라스틱 외관 금형을 만드는 삼원금형정공은 1982년 설립된 후 삼성전자와 함께 성장해왔다.
회사를 설립한 송용섭 대표는 10년간 한진금형에서 근무하며 금형 산업에 매력을 느꼈다. 당시 금형은 일반 제조업의 기초로 중요하게 생각됐지만 우리나라 기술력이 미흡해 일본이나 독일 등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송 대표의 업무 노하우 덕분인지 설립 초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납품업체로 선정되며 안정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직원 20여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설립 30년 만에 국내 직원 100여명과 태국·인도·멕시코에 공장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수입하던 금형의 대부분을 국산화하면서 사업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거래가 늘어날수록 직원들의 고충도 더해갔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온 직원들은 회사에서 먼 곳에 거처를 마련하게 되니 더욱 힘들어했다.
송 대표는 이 모습을 보면서 다른 무엇보다 직원들의 집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로 했다. 그는 “한 직원이 아이 돌잔치라며 집에 초대했는데, 직접 가보니 회사에서도 너무 멀고 주변 환경도 좋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매일 출근한다면 피곤해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회사 주변에 사택 10채를 마련했고, 공장에는 기숙사도 뒀다. 결혼한 직원에게는 안락한 가정이, 미혼인 직원에게는 가까운 곳에 머물 곳이 생겨 직원들이 업무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송 대표는 “남들은 사업 초기에 기계 한대라도 더 들여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직원 1명의 기술력이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생각에 기계 구입보다는 사택 구입에 과감하게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구입한 집은 벌써 30채가 넘어 직접 집을 구입해서 독립한 직원을 제외하고는 모든 직원이 사택에 머무르게 됐다.
이 같이 회사가 직원을 소중하게 생각하니 20년 넘게 같이 일하는 직원도 많다.
일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자 기술력은 절로 좋아졌다. 많은 주문에 야근과 주말작업이 있어도 크게 불평하는 직원이 없었다. 덕분에 삼원은 여느 업체보다 빨리 납기일을 맞추면서도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제품에 경쟁력이 생기면서 일본에서도 연락이 왔다. 1986년부터 마쓰시타, 미쓰비씨, 샤프 등의 업체와 계약을 맺고 프린터, 진공청소기 등의 외관 금형을 수출하는 성과를 내게 됐다.
송 대표는 직원 한명 한명의 기술 개발에도 끊임없이 노력했다. 금형 기술을 높이기 위해 주문이 적은 비수기에도 공장을 쉬지 않고 돌리며 신상품 출시에 대비했다. 특히 중소기업청에서 실시한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20명의 직원을 2년여간 파견해 일본의 선진 금형기술을 배우게 했다. 금형, 사출, 일본어 등을 익힌 직원들의 경쟁력은 회사 경쟁력의 밑받침이 됐고, 이후 독립된 회사를 차려 지금 이 회사의 납품업체가 된 직원들도 있다.
삼원금형정공은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07년 금형발전에 대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 2012년 기획재정부 모범납세자상 지난 3월 ‘상공의 날’행사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송 대표는 “묵묵히 일하다보니 벌써 설립 30년을 맞았고, 최근 들어 좋은 상을 받게 됐다”며 “앞으로는 삼성을 만족시킨 납품업체의 자부심을 가지고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회사개요
설 립 : 1982년 1월 1일
자본금 : 10억원
대 표 : 송용섭
주 소 :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333-23
주요사업 : 금형설계 및 제작, 플라스틱 성형물 제조

<사진= 오명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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