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자동차가 불편해질 때가 있다. 특히 도심 속에 내가 있을 때는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거기에 차량이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교통체증을 겪을 때면 차라리 차가 붕 하고 하늘로 치솟아 날고 싶어지기도 한다. 도심은, 특히 익숙하지 않은 도심은 상당히 불편하다. 이럴 때는 두 발을 이용하면 된다. 동인천 역 주변으로도 제법 볼만한 곳이 많다. 우선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을 찾아보자.
수도국산의 원래 이름은 만수산(萬壽山) 또는 송림(松林)산으로 불렸다. 산언덕에 소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1904년 항일 의병들이 강제 이주당해 정착했다. 한국전쟁 때의 피난민들과 1960~ 1970년대 산업화시대의 도시빈민들이 모여들었다. 소나무를 베어 내고 언덕에 정착하는 사람들이 늘어 나 약 3000여 가구가 모여 살았던, 전형적인 ‘달동네’였다. 이 달동네에 수돗물을 담아두는 송현 배수지가 설치됐다. 물이 귀한 곳이라서 서울에서 수원을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인천의 수돗물을 공급하던 곳이어서, 수도국산이라 불리게 됐다. 세월 지나 산동네였던 송현동 일대가 재개발되었다.
그러면서 근린공원과 함께 2005년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을 개관하게 된 것이다. 박물관에서 발밑으로 인천의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뾰족한 건축 형태는 현대적이면서도 독특하다. 안으로 들어가면 한 낯에도 어두침침하다. 일부러 조명시설을 그렇게 만든 듯하다. 전시장은 오래전 달동네 모습을 한껏 표현해내고 있다. 구멍가게, 연탄가게, 복덕방, 이발소 등 달동네 상점들을 당시 모습대로 재현되어 있다. 공동 수도 및 화장실 등 여럿이 사용하는 공간을 비롯해 달동네 삶의 편린들이 묻어 있는 유물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이곳에 살았던 폐지 수집가 맹태성, 은율 솜틀집 주인 박길준, 대지 이발관 주인 박정양 등 실존 인물들의 삶을 모티브해 만들어낸 것이다. 성냥공장하면 떠오르는 인천. 디오라마에는 성냥갑을 만드는 모습도 재현되어 있다. 어둑한 골목길을 돌아서면 개짓는 소리가 들리기도 해 훨씬 사실적이다. 아스라이 잊혀져가는 추억들이 아롱아롱 떠올리게 하는 전시관이다.

■글·사진 이신화 (on the camino의 저자, 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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