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새로운 경험’으로 젊음 찾아

애플은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아이폰, 아이패드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가장 창의적이고 도전적일 것 같은 애플도 지금의 젊음을 회복하기 까지 큰 고비가 있었다. 애플은 어떻게 이 노화를 이겨내고 다시 젊어질 수 있었을까?
애플의 창업기는 열망과 공감이 충만했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자동차 창고에서 1976년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인 ‘애플I’을 개발하였고, 이들은 매출이나 이익으로 1등을 꿈꾸기보다는 세상을 바꾼다는 창조적 예견자(visionary)로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꿈은 1984년 맥킨토시로 현실화되었고, 맥킨토시는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에 전시될 정도의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애플의 이와 같은 열망은 애플 제품에 적극적으로 교감하는 ‘애플 신도’들을 만들어 냈고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애플 소비자들의 모임인 ‘맥월드’를 탄생시켰다.
애플과 맥킨토시가 성공하면서 애플은 작은 벤처가 아니라 1천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한 대기업이 되었다. 이에 애플은 전문경영인인 펩시콜라 출신의 존 스컬리를 CEO로 선임했다. 잡스는 제품개발에 집중하고 경영은 스컬리가 맡음으로써 꿈을 유지하면서 실행력도 높이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그의 영입은 오히려 회사의 노화를 이끌었다. 효율을 추구하는 스컬리는 잡스가 기술의 우아함에만 치중하고 경제성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고, 결국 애플사의 특징인 독창적인 이미지와 젊고 세련된 애플만의 히피적 이미지는 쇠퇴해 버렸다. 스컬리와 갈등으로 잡스는 애플을 떠나게 되었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엔지니어와 효율을 추구하는 경영진의 갈등이 점차 커지게 되었다. 과거의 열망과 민첩성 대신 관료주의가 만연하게 되었다. 책임부서가 찬성하지 않으면 어떤 지침도 내려오지 않았고 결론이 없는 조직운영으로 인해 우수 제품이 개발되어도 마케팅과 판매로 조직의 자원을 집중시킬 수 없었다. 결국 애플은 이렇다 할 히트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그 명성을 점차 잃어가게 되었으며 90년대 후반에는 연속해서 4명의 CEO가 사임하는 등 애플의 노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복귀를 기점으로 다시 젊음을 회복하게 되었다. 잡스는 첫째, 실무자와 직접 의사소통하면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애플에 뿌리박힌 관료주의를 없애고 민첩성을 회복하기위해 노력했다. 초기에는 공포경영이라는 불안감도 있었으나 점차 회사 자원이 집중되고 조직운영 효율이 개선되었다.
둘째로, 애플이 항상 꿈꾸었던 그 꿈을 다시 찾고 싶어 했고 “Thnk Different"라는 광고를 통해 애플의 꿈과 정체성을 다시 소비자에 전달하였다. 애플 제품에 대한 우수성을 설명하는 광고 대신, 애플의 세상을 향한 자세와 애플의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와 함께 최악의 적자 상황에서도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잡스는 연구개발 만이 애플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셋째, 잡스는 애플을 컴퓨터 제조회사라는 정해진 틀 속에 가두지 않았다.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비즈니스 영역을 파괴하였다. 2001년 아이튠즈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음원 중개 서비스 회사가 되었고 아이팟, 아이팟터치 등 혁신제품을 개발하여 서비스와 하드웨어의 훌륭한 결합을 만들어 냈다. 2007년에는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 2010년에는 테플릿PC의 대표격인 아이패드를 성공시켰다. 과거 애플의 성공은 기술력이었지만, 지금의 성공은 애플의 뛰어난 기술력에 더해 고객과 시장에 대한 “공감” 이 덧붙여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애플은 90년대 노화를 겪으면서 기술력 뿐 아니라 소비자와 적극적인 교감이 있어야 조직을 젊게 유지할 수 있다는 지혜를 깨달았다.
현재 애플은 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젊음을 과시하고 있다. 2011년 회계기준으로 1080억 달러의 매출과 260억 달러의 사상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성과를 냈을 때 오히려 자만해지고 현실에 안주함으로써 열정과 공감을 상실할 수 있는 만큼, 애플이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궁금하다.

진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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