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긴축정책에 사회적 반발도 거세다. 하지만 모든 유럽국가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북유럽 3국은 높은 복지 수준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경제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가 북유럽 경제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를 포함하는 북유럽모델은 사회적 합의주의를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인이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특징을 지닌다. 북유럽 경제모델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그 비결을 살펴보면, 첫 번째 요인으로 건실한 재정을 꼽을 수 있다.
북유럽 국가는 1980년대 금융자유화 과정에서 발생한 신용 및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1990년대 초반에 금융위기를 겪었다. 이를 계기로 스웨덴은 1990년대 중반부터 재정흑자를 GDP대비 2% 이상 유지하는 엄격한 재정준칙을 도입하였고, 덴마크 역시 재정지출 증가율을 성장률 이하로 억제하는 재정건전화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재정수지는 1998년부터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발한 2008년까지 대부분의 기간 동안 흑자를 유지해왔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적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적자비율은 매우 낮다. 정부부채 역시 OECD 평균보다 훨씬 낮은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재정건전화를 위해 강력한 개혁정책을 추진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성공요인은 복지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과감한 복지개혁이다. 1990년대 초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최고수준의 복지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실업수당 축소 등과 같은 개혁을 통해 ‘高부담-高복지’체제를 완화하였다.
그 결과 2005년에 GDP 대비 30% 전후였던 사회복지비용이 2007년에는 20%대 중반으로 감소했다. 또한 덴마크와 스웨덴은 ‘일하는 복지국가’를 모토로 복지부담 경감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에 주력하고 있다.
세 번째 성공요인은 확실한 성장동력에 있다. 북유럽 국가의 주된 성장동력은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제조업이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GDP 대비 제조업의 수출비중은 각각 53.9%, 51.3%이며, 핀란드도 39.2%에 이른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글로벌기업은 강력한 제조업의 근간이다.
스웨덴의 에릭슨과 이케아, 덴마크의 노보노르디스크와 레고, 핀란드의 노키아와 코네 등이 대표기업이다.
최근 북유럽 국가는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벤처투자를 활성화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마지막 네 번째 성공요인은 강력한 사회적 자본이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의 관행이 잘 정착되어 있어 노사정 간 갈등 해소는 물론 민감한 재정개혁이나 복지개혁도 이루어지고 있다.
IMF는 스웨덴 경제모델을 가리켜 ‘땅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날개 짓 하는 호박벌’로 비유한 바 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인이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한 결과 탄생한 것이 북유럽모델이다.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북유럽모델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인구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재정건전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 만큼, 복지를 늘리기 이전에 확실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북유럽 국가의 ‘일하는 복지국가’ 정책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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