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커피나 한잔 할까~”
세대를 막론하고 맘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날리는 ‘영원한’ 작업 멘트다. 커피의 달콤한 맛과 향기가 사랑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일까. 사랑의 감정은 물론 사람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커피는 약 천 년 전 에티오피아에서 어린 목동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커피 재배를 본격화한 것은 아랍세계다. 네덜란드인이 일본에 커피를 전한 지 18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온통 커피향에 취해 있다. 원두커피 하루 평균 판매량 3700만잔. 이른바 ‘커피공화국’에 사는 시민이 커피에 대해 알지 못하면 어찌하겠는가.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 소통을 위해서도 술 대신 커피 한잔을 권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아저씨’ 소리에서 탈출하고픈 당신. 아메리카노에서 마키아토까지 향긋한 커피여행을 떠나보자.

커피를 사랑한 위인들
커피는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과 더불어 사람들에게 낭만과 여유로움을 선사했다. 연애, 비즈니스, 정치적 토론 등에 한 잔의 커피는 ‘소통’으로 작용했다. 커피를 사랑한 인물로 악성 루트비히 판 베토벤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아침식사로 오로지 집에서 만든 커피만을 마셨는데, 항상 커피 한잔에 원두 60알을 정확히 세어 넣었다고 한다. 지금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에 50~55개의 커피콩이 들어가는 걸 생각하면 그 시대 최고의 에스프레소를 만들었던 거다.
아리아 ‘커피칸타타’를 작곡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는 음악 속 가사를 통해 “아, 커피의 감미로움이란 천 번의 입맞춤보다도 더 달콤하고 머스카텔 와인보다 더 감미롭지… 커피, 커피를 마셔야 해”라고 커피를 칭송했다. 나폴레옹 시대의 싱크탱크로 정치가이자 성직자인 탈레랑은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겁고, 천사와 같이 순수하며 키스처럼 달콤하다”고 예찬했다. 최근 커피 CF에서 많이 인용되는 구절이다. <인간희극> 등의 대작을 남긴 문호 발자크 역시 매일 80잔의 커피를 마셨다. 초인적인 창작 열정이 커피에서 나왔다고 할 정도였다. 그에게 있어 커피란 어쩌면 파우스트를 유혹한 검은 악마 메피토스펠레스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가장 먼저 마신 사람은 고종황제다. 1896년 명성황후 시해사건 후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난(을미사변) 간 고종이 러시아공사 베베르에게 커피 대접을 받게 되면서 한국인들도 커피의 존재를 알게 됐다. 커피의 쌉싸래하면서 달콤한 매력은 당시 고종에게도 치명적이었던 모양이다.
“어떤 커피 마실래요?”라는 질문에 “커피면 다 좋아요. 아무거나 주세요”라고 답하진 않는가. 혹 ‘삼박자 커피(커피3, 크림3, 설탕3)’를 찾은 적은 없는가. 그렇다면 이젠 세련된 표정으로 능숙하게 커피를 주문할 수 있도록 커피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에지 있는 남자, 커피를 알다
에스프레소는 진한 이탈리아식 커피다. 최적인 압력인 19바로 공기를 압축해 짧은 순간에 추출하기 때문에 카페인의 양이 적을 뿐만 아니라 순수하고 풍부한 커피 맛을 느낄 수 있다.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페모카 등 다양한 커피를 만들 때 기본이 되는 커피다. 에스프레소 메뉴와 에스프레소 이외의 우유, 크림을 첨가한 카푸치노, 카페라테 등의 베리에이션 메뉴로 나눌 수 있다. ‘데미타세’라는 작은 머그잔에 마셔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점심식사 후 졸음을 쫓고 업무에 집중코자 할 때 좋은 메뉴다.
아메리카노는 미국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 스타일로 유럽 스타일보다 묽게 추출한 커피다. 에스프레소 한잔을 250㎜정도의 머그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혼합해 연하고 부드럽게 마실 수 있다. 취향에 따라 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으며, 설탕이나 향시럽을 첨가할 수도 있다.
카페라테의 라테는 우유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카페라테는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결합한 커피다. 우유의 부드러운 맛과 영양 때문에 아침식사 대용으로 좋다. 잔은 300~380㎜정도가 알맞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면 우유거품이 있는 것으로, 깔끔한 맛을 원할 때는 우유거품 없이 따뜻한 우유만을 첨가해 달라고 주문하면 된다.
마키아토는 ‘얼룩진’, ‘점찍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나타나는 크레마에 우유거품이 얼룩진 모양을 의미한다. 커다란 머그잔에 우유나 우유거품을 듬뿍 얹어 부드러운 맛을 즐기고자 할 때 좋다. 취향에 따라 캐러멜시럽을 우유거품 위에 얹은 캐러멜 마키아토, 우유를 좀더 첨가한 라테 마키아토로 구분해 주문할 수 있다.
카푸치노는 이탈리아의 카푸친 수도사들이 입던 의상 색깔에서 유래된 커피다. 우유와 섞인 커피의 색깔이 마치 수도사들의 옷 컬러와 같아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방금 추출한 에스프레소에 우유거품을 얹어 부드럽게 즐기는 메뉴로 아침에 마시기 좋다. 우유거품 대신 휘핑크림을 올리거나 시나몬, 초코가루를 뿌려 즐길 수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통계에 따르면 원두 수입량은 2001년 7만6757t에서 2011년 10만8918t으로 1.4배가량 늘었다.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312잔이라는 비공식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커피 열풍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음료를 넘어 우리의 생활문화로 깊숙이 자리 잡은 원두커피. 후배나 부하직원 앞에서 에지 있게 커피 메뉴를 주문하는 당신은 더 이상 ‘중년의 아저씨’가 아닌 트렌드를 선도하는 ‘신세대’다.

글·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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