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상고 명문’ 비결 “실전 감각 키워라”

1910년 개교한 덕수고는 현직 은행 지점장만 500여명 배출한 상업계 고등학교의 명문이다. 은행권뿐만 아니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김동연 기획재정부 차관,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장경작 현대아산 대표이사 등 정관계에도 동문들이 포진해 있다. 2007년 교명을 바꾸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일반고와 특성화고가 공존하는 학교로 거듭난 덕수고는 각 계열의 장점을 결합해 보다 나은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반고와 특성화고가 공존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100주년의 전통이 있는 우리학교는 2007년 ‘제2의 전성시대’를 꿈꾸며 특성화계열과 일반계열이 합쳐진 종합고등학교로 전환했다. 학생들에게는 대학교 진학과 취업 등의 진로를 보다 빠르게 결정하게 하고, 학교는 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특화해 각자 전형에 맞는 교육을 펼치기 위해서다. 한 지붕에 두 학교가 있다보니 학생들 사이에서도 경쟁의식과 동료의식이 생겨 긍정적인 효과가 생기고 있다.

●일반고와 함께하면 대학진학을 고려하는 학생이 많아질 것 같은데
전통적으로 상고가 강했던 우리학교는 특성화고 전형에 우수한 학생이 많이 지원하는 편이다. 이 같은 우수 학생들이 대학 진학대신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오히려 일반고 학생들에게 취업이나 창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특성화고에서 대학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진학 정보를 빨리 알 수 있으니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오랫동안 ‘상고 명문’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동문들이 후배들의 좋은 본보기가 되어 주는 것이 큰 힘이다. 또한 이들이 각계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이자 많은 기업에서 우리 학생들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우리 학생들을 채용한 기업들은 아이들이 졸업 후 실무에 바로 투입돼도 빠르게 적응한다고 평가하는데, 이를 위해 실무 감각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 사무실을 그대로 재연해 만든 실습실에서 역할극을 해보고, ‘잡까페’ 등에서는 선생님과 자유로운 상담을 통해 다양한 직업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실무 감각을 키우는 프로그램 중 우수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각종 광고물, 팜플렛, 현수막 등을 제작하는 학교기업 ‘덕수에드’를 꼽을 수 있다. 이 곳은 1명의 직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들은 학생들이 실제 업무를 하고 있는 기업이다. 디자인, 발주, 배송 등의 업무를 하고 있는데 비록 큰 이익을 보는 기업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벌써 주변 단골고객이 생길만큼 인기가 좋다.

●상고 학생들의 진로가 대기업이나 은행권에 집중된 점이 아쉽다
특히 최근에 은행권이나 대기업의 문호가 많이 개방돼 그런 경향이 있지만 중소기업으로 취업 하거나 인터넷 홈쇼핑 등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학생도 많다. 이를 위해 우리학교도 특히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특성화고고생사장되기창업대회에서 ‘다목적보조기기’ 창업 등이 좋은 성적을 거둬 우수학교 장관상을 수장하기도 했다.

●사회분위기가 고졸 채용 대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최근 입학생들과 면담을 해보면 학생들의 시각이 취업 중심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움직임이 미비하다는 점이 아쉽다. 우수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으로 힘들어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중소기업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우수 인력을 섭외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중소기업의 고졸 채용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정부가 밀어붙이니까 기업이 시늉만 내는 식이 돼선 안 된다. 교육 과소비를 막기 위한 적절한 방안이니만큼 기업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하지만 규모와 인력 구조가 다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은 제도를 시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정부는 사회적인 영향력을 고려해 대기업에게는 고졸 채용 강제조항을, 중소기업에게는 고졸 채용 세재 지원 등으로 합리적인 정부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진 : 오명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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