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중소기업 기피…외국인력 수급도 ‘삐걱’

“필리핀 근로자 15명을 고용했지만 지금은 8명으로 줄였습니다. 여러 나라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한 기숙사에 거주하게 할 경우 사고가 많이 나기 때문에 가능하면 한 나라 근로자를 활용하는데 필리핀 근로자들의 입국이 중단돼 큰일입니다.”
수도권에서 프라스틱 관련제품을 생산하는 L사장은 외국인근로자 수급문제의 심각성을 이같이 밝혔다.
16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이 회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관련제품을 국산화 했으나 생산인력 수급에 애를 먹으면서 안정적인 생산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L사장은 “한국어 시험에 합격해 유효비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입국 대상자가 되는데 필리핀 현지에서는 한국어시험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루속히 한국어시험이 재개되도록 관련기관이 노력해 달라”고 밝혔다.
수도권에서 이동통신중계기를 생산하는 K사장은 기술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IT업종의 경우 인력양성 및 교육투자가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교육훈련을 투자로 보기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K사장은 “현재와 같은 중소기업 혼자만의 인력양성 체계는 한계가 있다”며 “제도적으로 수요처, 공공기관 등과 연계한 생태계차원의 인력양성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심화되는 中企 인력난=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중소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중소제조업 인력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42.7%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결과는 2009년 6월 조사에서 21.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최근 중소기업의 인력난 심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구직자들이 취업을 기피한다’는 응답이 44.7%로 가장 많았으며 이밖에 ‘적합한 경험자나 적임자가 없어서’(33.3%), ‘임금 및 복리후생 수준이 낮아서’(30.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시 보조금 및 세제지원 강화’(58.7%), ‘근로환경개선 및 복지개선 지원’(36.3%), ‘규제완화 및 투자 활성화 지원’(31.0%), ‘구직자와 구인업체간 취업연계 인프라 강화’(22.7%)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현장 기능인력을 구하는데 하늘의 별따기”라며 “젊은 사람구하기가 힘들다보니 나이 많은 아주머니들을 주로 쓰고 이것도 어려우면 외국인을 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직도 40대 이하 젊은 사람은 씨가 말랐다”며 “현장 기능인력의 원활한 세대교체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급 딸리는 외국인력=중소기업 생산현장에 원활한 인력공급이 되지 않으면서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의존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신규 쿼터한도가 축소돼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외국인력을 원하는 만큼 배정받지 못한 채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K 대표는 “출입국 심사기간을 최대한 단축시켜 대기업에 비해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 나서야 한다”며 사증신청에서 발급까지 소요시간 단축을 제안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주문량 및 주문시기에 따라 인력증감이 탄력적으로 운영돼 인력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납기일 지연에 따른 피해가 크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이같은 외국인근로자 부족현상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신규 외국인근로자를 신청한 7,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012년 상반기 외국인근로자 신청관련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업체의 85%가 ‘외국인근로자를 원하는 만큼 배정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평균 부족인원은 업체당 2.9명이었다.
원하는 인력을 배정받지 못한 이유로는 신규 쿼터한도 제한 때문(61.1%)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총고용 쿼터 한도초과(9.6%), 하반기 신청을 위해(8.7%), 원하는 국가의 인력부족(5.6%)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실제 응답업체중 88.3%가 올해 신규외국인근로자 고용한도 축소로 인력난이 심해졌다고 답했다. 이중 41.4%는 인력난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답해 신규외국인근로자 고용한도 축소가 중소제조업의 인력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근로자의 잦은 이직도 중소기업 인력난을 악화시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외국인근로자 채용실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8곳(77.8%)이 외국인근로자의 이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형태로는 외국인근로자의 일방적 사업장 변경요구에 의한 경우가 55.1%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계약만료 22.2%, 태업·무단결근 등에 따른 사용자의 계약해지(8.1%)순으로 나타났다.
시기별로는 외국인근로자 10명 중 4명이 고용계약후 3개월 내에 이직했으며, 계약만료에 따른 이직은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이밖에 무단이탈도 10명중 1명 꼴로 나타났다.
외국인근로자 활용이유로 중소기업인들은 국내 근로자 고용의 어려움(88.7%)을 꼽았다.
B 대표는 “외국인근로자들이 많다보니 인력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기술개발, 생산성향상 등 기능인력 문제는 해결 안된다”며 “기능인력 양성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中企인력 빼가기 ‘극성’=중소기업 현장 기능인력 및 생산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대기업의 핵심 기능인력 빼가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중소기업 인력수급 원활화의 장애물로 등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본부 및 12개 지역본부에 ‘기술인력 유출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인력 빼가기에 대한 상시 감시 체제 강화에 나섰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숙련 기능인력 빼가기가 도를 넘자 중소기업계도 대기업에 강력한 경고장을 보냈다.
최근 한국기계산업진흥회는 중소기업의 기술인력 스카우트 방지에 관한 건의문을 채택하고 대기업과 정부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기계산업진흥회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인력 및 현장 숙련인력 스카우트는 중소기업의 기술유출과 심각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악화되는 외부 경영환경에 대처하기도 벅찬데 설상가상으로 대기업으로의 인력 유출로 업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진흥회에 따르면 기계산업은 기술·노동집약 산업으로 제조업의 기반이자 중소기업 비중이 99.4%에 달하는데도 제대로 된 지원 없이 대기업의 숙련공 빼가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대기업이 자체인력양성 등을 통해 내부 충원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중소 기술인력 스카우트를 최대한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해결방안은 없나=중소기업 인력난 해결을 위해서는 우수한 기능 기술인력의 원활한 공급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활성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취업자들의 생산직 기피 현상으로 실제 기능·기술인력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중소제조업체들의 인력부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장실습 등 중소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한 만큼 우수 참여기업을 산업기능요원 활용기업으로 즉시 지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이들 고교 졸업생들을 산업기능요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에 창업보육센터를 만들어 중소기업과 연계해 운영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중소기업의 기술인력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기술인력을 부당하게 빼내간 대기업에 대한 제재조치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향후 공공 입찰에서 중소기업의 기술인력을 빼내간 대기업에 대해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중소기업 연구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도 시급한 상황이다.
연구보조비 또는 연구활동비의 소득세 비과세를 적용하는 범위를 중소기업 연구소의 연구원에서 중소기업 연구개발전담부서의 연구전담요원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중소기업계 요구다.
중소기업계관계자는 “인력수급의 미스매칭해결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정부·기업·교육계 모두 힘을 합쳐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체에서 외국인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중소기업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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