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펀더멘탈 양호…한국제품 인식 좋아져”

2012년 4월 2일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A1 stable(안정)에서 positive(긍정)으로 한 단계 올렸다. 이는 지난 2010년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한 단계 올린 지 2년 만에 일이다. 한국의 신용등급 수준인 A1은 총21단계 중 5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이스라엘과 체코 등과는 같고, 한국의 주변 국가인 중국, 일본, 대만(Aa3)보다는 한 단계 낮다.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한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꼽고 있다.
첫 번째, 국가채무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등 한국의 재정여건이 양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2011년)은 33.4%로 유로 지역 평균(88.6%)은 물론, 미국과(100.0%), 일본(233.1%)보다도 크게 낮다.
두 번째, 은행부문의 대외취약성이 개선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이 거시건전성 조치 등 여러 대응을 통해 국내 은행들의 단기외채 비중이 크게 하락하고, 국내은행의 예금대비 대출비율인 예대율도 크게 하락했다는 것이다. 국내 은행의 대외채무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9월 72.6% 2011년 12월에는 51.8%로 크게 낮아졌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전체 단기외채 비중도 같은 기간 51.9%에서 34.2%로 떨어졌다.
세 번째, 한국의 대외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단적으로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2008년 11월 2,005억 달러에서 2012년 2월 3,160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정일 사망 이후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지만, 북한 리스크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그 이유로 한국과 미국간에 동맹관계가 구축되어 있고, 한반도 주변국들도 모두 한반도 안정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 상향 조정은 단순히 신용등급 전망이 상향 조정된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 주요국 대부분의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상향 조정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위기관리가 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국가신용등급의 상향 조정은 한국경제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 직접적으로 한국 정부나 금융기관,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자금조달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왜냐하면 해외에서의 자금조달 금리가 대부분 신용등급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자산에 대한 신인도가 올라감에 따라 외국인의 국내 주식 및 채권투자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stable에서 positive로 상향 조정된 이후 실제로 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연결되는 것은 대략 1년 정도 이후이다. 그래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실제로 추가 상향 조정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도 여러 가지가 있다. 무디스는 이에 대해 3~4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먼저, 크게 확대되고 있는 공기업 부채이다.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공기업 부채는 GDP대비 29.7%에 달한다. 정부는 향후 공기업 부채가 대규모 국가 부채로 연결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가계부채 문제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경제규모에 비해 규모가 많을 뿐만 아니라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 변동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중 90.7%가 변동금리 대출(2011년 12월말, 잔액 기준)이다. 때문에 한국의 가계부채가 더 이상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도록 할 뿐만 아니라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고, 거치식 원금 일시상환에서 비거치식 장기분할상환 구조로의 전환을 보다 강하게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무디스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 고조 가능성도 취약한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무디스가 지적한 취약한 부분이 개선되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예상보다 빨리 상향 조정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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