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 이기웅의 ‘책과 문화 이야기’ 두번째

근 사반세기 동안 파주출판도시 건설에 앞장서 온 이기웅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이 ‘출판도시를 향한 책의 여정’ 두 번째 이야기를 선보였다. 2001년 새해 첫날 그의 갑년을 맞이해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를 선보인 지 십이 년 만이다.
이 책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 중 하나는, 지난 2008년 7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아홉 달 동안 출판도시 입주사 대표들에게 보낸 열다섯 통의 편지다. 이는 그동안 행정관료 등 외부와 부딪혔던 문제가 아닌, 내부의 사람들에게 출판도시를 왜 이렇게 이끌어 왔는지, 또 어떻게 가꿔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글들이어서,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한 리더의 깊은 고민과 집념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저자의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리된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밑그림이 돼 왔다. 일상적인 일에서, 상식적인 사고에서 시작된 사유와 성찰이 ‘책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깨달음으로 이어졌고, 이를 실행하고자 끊임없이 애써 온 흔적들이 이 책의 행간에서 발견된다.
책머리에 수록된 서설 ‘내 마음의 확대경’에는 저자의 책에 관한, 출판도시에 관한, 인간다운 삶에 관한 깊은 생각이 담겨 있는데, 바로 ‘향약’ ‘영혼도서관’ ‘책농장의 도시’, 이 세 가지로 압축된다. 출판도시의 대명제 ‘공동성의 실천’은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향약’에 근거하고 있다. 그 다음 단계인 영혼도서관은 자서전 쓰기를 통해 삶을 아름답게 마감하자는 프로젝트다. 현재 계획 중인 삼단계 프로젝트는 ‘북팜시티(Book Farm City)’다. 부지의 85%를 절대 농지로 영구화하고, 나머지 15%의 땅에 출판을 비롯해 영상·방송·정보통신 등 미디어산업을 들어서게 한다는 계획이다.
저자는 1940년생으로 강릉 선교장에서 자라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1960년대 중반 일지사 편집자로 출판계에 몸담은 이래 1971년 열화당을 설립해 우리나라 미술출판 분야를 개척해 왔다. 현재 열화당 대표,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 이사장으로 있다.
출판도시문화재단/3만원/6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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