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행 보유자산 헐값 매각…에너지 분야 강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위축되었던 유럽 M&A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기업 간 M&A보다 외국기업의 유럽기업 M&A가 빠른 속도로 증가한데 기인한다. 유럽 M&A시장의 수급 여건은 양호하다. 우선, 자본 확충이 시급한 유럽 은행들이 보유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유로존의 경기침체 심화로 유럽 은행들이 2013년까지 2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2년 유로존 전체의 기업도산 건수는 전년 대비 12%, 지중해 국가들의 기업도산 건수는 전년 대비 19% 증가할 전망이다.
이밖에도 재정 위기국들의 공기업 민영화로 정부자산 매각 붐이 일고 있다. 이러다보니 미국, 일본, 중국 기업들은 인수가격이 크게 낮아진 유럽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기업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 기업들이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를 앞세운 미국 금융자본은 유럽 은행들이 헐값에 매물로 내놓은 자산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또한 시스코시스템즈, HP,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들은 IT,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유럽기업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기업들도 정부 지원책과 엔화 강세의 이점을 활용해 유럽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내수시장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에서나 헬스케어, 에너지, 환경 등 미래 성장산업의 선진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M&A를 추진하는 기업도 있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중국이다.
유럽은 중국의 최대 M&A 대상국이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기업의 해외 M&A를 지원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중국기업들의 유럽기업 인수가 급증하고 있다. 투자 분야는 광업이나 에너지업체의 인수는 물론 IT, 식품, 패션 등 고급 브랜드와 첨단기술 확보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유럽기업 인수를 통해 첨단기술이나 R&D 역량, 브랜드 및 유통망 등 전략적 자산을 일거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기업들의 유럽 M&A도 증가 추세다. 현재까지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투자공사, 국민연금 등 정부기관과 일부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북해와 아프리카에 광구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 석유 탐사회사를 인수한 바 있으며, 한국투자공사와 국민연금은 중장기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유럽 주요 도시의 부동산을 매입하였다.
한편, 이랜드와 제일모직은 이탈리아의 패션브랜드 회사를 인수하였고, STX, 삼성전자, 두산파워시스템, 아모레퍼시픽 등은 핵심 제조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 기업을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유럽 M&A 건수는 일본의 5분의 1, 중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럽 M&A가 저조한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자체성장 전략과 아시아 중시 전략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는 유럽기업을 저가에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은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M&A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사업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M&A시장으로서 유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럽이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헬스케어, 환경,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 분야의 투자가 요망된다.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M&A를 촉진하기 위해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기업에 국한되어 있는 해외 M&A 전용펀드의 지원 대상을 중견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정부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해외 M&A를 지원하기 위해 우선 5,000억원 규모의 전용 매칭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따라서 자금여력이 부족해 해외 M&A를 꺼렸던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들도 해외 M&A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유럽 M&A를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해외 M&A는 고위험·고수익 사업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실패를 최소화해야 한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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