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눈높이 맞춰 민첩성 발휘를

소니, ‘타사를 모방하지 않는 소니 고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을 경영방침으로 내걸고 워크맨, 플레이스테이션 등 일과 여가문화를 바꾸는 혁신적인 제품 출시로 너무나 유명한 기업이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인 ‘모노주꾸리’를 가장 잘 구현해 낼 뿐 아니라 1961년 일본 기업 최초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가장 일본다우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 일본을 뛰어넘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소니.
이러한 소니가 디지털화로 넘어가는 시기에 보였던 노화 징후와 함께 과거의 젊음을 되찾기 위해 현재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소니는 1946년 창업 이래 꾸준히 신제품과 하이테크 제품을 히트시키며 1980년대 세계 최고의 소비재 전자회사로 등극하였다. 트랜지스터 라디오(1955), 트리니트론 TV(1968), 워크맨(1979), CD 플레이어(1982), 핸디 캠(1985), 디스크맨(1988)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소니의 열망은 자유 활달, 생기에 넘치는 젊음, 도전정신으로 발현되었다.
하지만 1995년 이후 소니는 디지털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외부 공감 확보에 실패하면서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1995년 이데이 회장 취임 이후 경영진과 회사의 시스템은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였다. 하지만 하부 조직은 기술지상주의의 소니방식을 유지하는 등 전자와 엔터테인먼트 부문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존재하여 조직 내 공감이 결여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자체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은 시장과 고객보다 너무 앞선 기술개발과 투자로 이어졌다. 브라운관 이후 TV기술의 트렌드는 LCD, PDP로 판명되었음에도 소니는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次次세대기술인 OLED에만 주력하는 등 “반 보 앞선 전략”이 아닌 “한 보 앞선 전략”을 강조하다가 위기를 자초하였다.
2005년 CEO에 취임한 스트링거 회장은 노화 징후를 보인 회사에 대대적으로 젊음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였다. 먼저 그는 민첩성을 바탕으로 전자 중심의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콘텐츠와 연구개발에 기반을 둔 소프트 회사로의 변신을 시도하며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하드웨어로 연결되는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창출을 목표로 하였다. 이를 위해 2010년 소니는 구글, 인텔과 제휴하여 스마트 TV 연합을 구축하는 등 'Network and Alliance'를 통해 전세계 유수의 기업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소니의 부활을 위해서는 내부의 힘이 결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소니 유나이티드(Sony United)'를 개최하는 등 회사의 현안을 공유하고 부문을 초월한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제휴를 통한 민첩성 제고, 소니 유나이티드를 통한 공감 회복 등의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소니는 실적 악화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발표한 2011년도 실적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2007년 이후 주가도 크게 하락하였다.
고객과 시장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공감 능력의 회복, 그리고 실행의 질과 속도를 높이는 민첩성 확보가 소니로 하여금 다시 젊음을 회복할 수 있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컨텐츠 역량을 모두 겸비한 저력의 소니. 2012년 새로 취임한 히라이 사장이 소니가 가진 젊음의 요소를 어떻게 회복시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윤우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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