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가했는데 벌써 여름이다. 한국은 4계절이 뚜렷하기는 하지만 봄과 가을이 짧다. 차가운 겨울을 견뎌야 봄을 맞고 무더운 여름을 견뎌야 가을을 즐길 수 있다.
기업경영도 불황과 환경변화를 어떻게 견디며 극복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기업경영은 순풍에 돛달고 떠나는 항해가 아니라 고난의 행진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도전의 50년, 희망 100년 중소기업이 함께 합니다’라는 주제로 24회 중소기업주간을 맞는다. 경제의 뿌리이자 성장의 원동력인 중소기업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고 중소기업인의 경영의욕을 높이고자 하는 행사다.
뿌리는 식물의 몸통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하고 땅속의 물을 흡수하며 양분을 저장하는 기관이자 식물의 생명줄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국민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높여야할 이유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대기업의 부당한 거래관행과 횡포를 없애는 게 대·중소기업 협력의 기본전제가 돼야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대기업의 부당한 거래관행을 비난한다고, 상생과 동반성장을 외친다고 중소기업의 상황이 달라지거나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이다. 중소기업이 공급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우수해야하고 가격경쟁력이 있어야한다.

기업경영은 거친 파도 위 항해

기업 간 협력은 서로 이익이 된다고 확신하고 기대할 때 이뤄지는 것이다. 어느 한쪽의 희생과 배려를 기대하며 기업을 경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중소기업이 부당한 거래를 강요당하거나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협력을 원하지 않는다면 동반성장을 외치는 것은 허위로 가득한 구호에 불과하다.
최근 대한상의는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독일·일본 등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의 60% 수준에 그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놀랄 일이 아니다. 다 아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혁신역량 미흡’, 중점을 두어야할 정책지원 분야로 ‘인력확보’, ‘연구개발’ 등이 지적됐다.
중소기업은 스스로 변해야 한다. 정책적 지원에 안주해서는 자생력을 키울 수 없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고 중소기업의 성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대형마트의 진입을 규제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한다고 소상공인이나 전통시장이 사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의 기호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기피하는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은 상품이 다양하지 않고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없어서라는 조사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소상공인과 재래시장이 살 길은 달라진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스스로 변하는 것이다.

中企, 자생력 위한 몸부림 필요

경쟁은 끝이 없다. 대기업과의 경쟁은 물론 중소기업끼리의 경쟁에서도 이겨야 살아남는다. 산다는 게 경쟁이고 기업경영도 경쟁인데 경쟁을 배제하고 살아남을 수는 없다. 중소기업은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수준 높은 제품과 독특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혁신을 거듭해야하는 이유다.
물이 부족한 곳의 나무는 뿌리의 수가 많고 길게 뻗는다. 물과 양분을 흡수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중소기업이 경제의 뿌리라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몸부림이 필요하다. 스프링클러로 물을 충분히 공급하는 경우 나무는 뿌리를 길게 뻗지 않는다. 그런 나무는 강한 바람이 불거나 물주기를 멈추면 쓰러지거나 말라죽는다. 정부 지원에 안주하면 상황이 바뀌는 경우 퇴출되기 십상이다.
어려운 중소기업은 수없이 많다. 하루를 견디기 어려운 중소기업에게 미래를 내다보고 자생력을 키우라는 주문은 가혹할지 모른다. 하지만 하루하루 견디기로는 어떤 미래도 약속받을 수 없지 않은가. 이번 중소기업주간에 우리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길이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환경을 불평하고 대기업의 횡포에 불만을 터뜨리는 일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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