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어! 말을 말자”

결혼 17년차 원태석씨(47·서울 마포구 도화동)는 며칠 전 아내와 다툰 이후 컨디션이 바닥이다. 양말을 아무 데나 벗어두지 말라는 아내의 잔소리로 시작된 싸움이다. 지극히 사소한 이유였지만 몇 마디 끝에 “이혼해!”란 극단적인 말까지 나왔다. 사흘이 지난 지금도 감정이 풀리지 않아 집안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원씨는 오늘 기필코 화해하리라 마음먹지만 아내의 굳은 얼굴만 마주하면 상처 받았던 말들이 생각나 거칠게 대하게 된다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결혼한 남녀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맘처럼 쉽지 않은 게 바로 부부싸움이다. 가정이란 공동체에서 부부간의 다툼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랑을 전제로 한 ‘칼로 물 베기’여야만 한다. 원씨의 사례처럼 실제로 부부싸움은 일상의 사소한 문제로 시작되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로 인해 관계가 악화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부부싸움을 부르는 말들과 가정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부부싸움의 원칙에 대해 알아본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부부상담 교육기관 ‘듀오 라이프컨설팅’이 지난달 말 기혼남녀 2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배우자의 말투’ 때문에 부부싸움이 커진다고 답했다. 말 한 마디로 인해 싸우는 경우도 한 달 평균 2.2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 싸움 시 가장 듣기 싫은 말’로는 남녀 모두 ‘됐어, 말을 말자(남성 36.3%, 여성 32.4%)’를 꼽았다.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일단 대화를 피하거나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은 남성들도 아내로부터 “말을 말자”란 소리를 들으면 불쾌하다고 응답했다.
남성은 “이게 다 당신 탓이야(18.6%)”, “갈라서! 이혼해!(15.9%)”, “당신이 그렇지 뭐(13.3%)”, “결혼, 후회된다(7.1%)”를 부부싸움 때 듣기 싫은 말로 꼽았다. 여성의 경우엔 “결혼, 후회된다(23.7%)”, “당신이 그렇지 뭐(20.9%)”, “당신 집은 원래 그래?(8.6%)”, “이게 다 당신 탓이야(6.5%)” 등 자신은 물론 자신의 가족을 무시하는 발언에 크게 상처 받는다고 답했다.
이성을 잃게 만드는 배우자의 말투로는 ‘신경질적인 말투’, ‘무반응’, ‘무시하는 말투’ 등이 꼽혔다.

사랑의 기술 배우듯 싸움의 기술도 배워라

이성만·김인자 부부리더십연구소장은 “부부싸움은 가정의 미래를 위한 의사소통의 한 방법으로서 불가피하게 치러야 할 대가 중의 하나”라며 “부부는 서로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어떠한 경우라도 배우자의 약점이나 민감한 부분을 공격해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혀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또 “부부싸움에서 어느 한편이 늘 완전한 패자로 끝난다면 그 사람은 부부 사이에서 자신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식하게 돼 절망감에 빠질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상대 배우자도 승자라고 할 수 없을뿐더러 행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부부싸움 원칙으로 △먼저 사과할 것 △화가 날 땐 즉시 머릿속 ‘Stop 스위치(화난 마음을 일단 정지시키는 상상의 스위치)’를 누를 것 △‘마음 노트(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쓰는 노트)’에 글을 써서 마음을 전할 것 △배우자를 탓하지 말고 내 감정을 전할 것 등을 제시했다.
오는 21일은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제정된 부부의 날이다. 부부가 하나 되어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선 사랑과 배려가 중요하다. 세계적 어드바이스 칼럼니스트 앤 랜더스는 “모든 부부는 사랑의 기술을 배우듯 싸움의 기술도 배워야 한다. 좋은 싸움은 객관적이고 정직하며 절대 사악하거나 잔인하지 않다. 또한 좋은 싸움은 건설적이며 결혼 생활에 평등한 파트너 관계의 원칙을 세워준다”고 말한다.
부부지간도 삼사일언(三思一言)이 절실하다. 내가 먼저 낮출 때 사랑이 깊어진다. 혹시 부부싸움 중이라면 오늘 당장 서로에게 사과의 말과 함께 사랑의 말을 전하자. 가정에 행복한 웃음이 넘쳐날 것이다.

글·노경아 jsjysh@hanmail.net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