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현장 애로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현재 우리경제를 IMF 외환위기 때 보다도 더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와 같은 조사결과가 아니더라도 우리 중소기업들은 벌써부터 어려워진 경제상황에서 경영난에 허덕여왔다. 이제는 다시 일어설 기력마저도 상실한 체 절망속으로 더욱 깊게 빠져들고 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미·이라크 전쟁에 따른 유가급등과 환율불안 등의 요인으로 수출환경이 극도로 악화됐고 여기에 북한핵문제, 국내소비심리위축, 금융위축, 대기업 노조파업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생산활동이 급격히 위축돼 나타난 현상이다.
이중에서도 최근의 금융위축과 대기업 노조파업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이 중소기업의 의욕을 완전히 꺾어 놓았다고 해도 지난 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은행들은 최근 지점장의 전결한도를 축소하거나 대출심사기능을 상당수 본점으로 넘겨 중소기업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신용도를 정밀 재평가하고 신규대출을 억제함으로써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허덕이고 있는 중소기업을 자금줄까지 막히는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여기에 최근 계속되고 있는 대기업 위주의 노조파업은 중소기업의 경영의욕과 중소기업근로자의 근무의욕을 동시에 없애버리는 심리적 공항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中企 근로의욕 완전히 꺾여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려고 하는 젊은이들이 없어 외국인근로자들을 더욱 많이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아우성치던 중소기업들이 이제는 생산활동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공장가동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그나마 어렵게 확보하고 있던 외국인 근로자들까지 내보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 경제상황과 그에 따른 경영환경이 우리 중소기업들이 헤쳐나가기에는 참으로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참여정부 들어 정부의 중소기업정책 방향이 지금까지의 보호와 지원보다는 자율과 경쟁으로 선회한다고 보면, 단기적으로 정부의 지원도 크게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공동이익 창출위한 협력 필수
이와 같은 난세에 중소기업들이 의지할 곳은 스스로의 능력이나 같은 처지에 놓인 타 기업과의 협력밖에 없다. 여기에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온 방식인 ‘두레’는 작은 힘을 모아 큰 힘을 만들어 모두가 생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뭉쳐야 산다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로 만들어진 두레 정신을 중소기업간의 ‘이업종교류’, ‘협력사업’ 또는 ‘합작개발’과 같은 현대적인 방식을 통해 구현한다면 요즈음과 같은 난세를 헤쳐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서로 다른 업종간에 유기적인 정보교환과 자문을 통해 업종전환이나 경쟁력 강화를 용이하게 하고, 사업단계별로 여러전문업체들과 공동사업체를 구성한다든지 또는 제조업체와 운송업체간에 공동사업장을 운영한다든지 하는 협력사업을 통해 투자비, 제조(공사)비 및 물류비를 절감하면서 품질과 유통상의 시너지효과를 발휘한다면 자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대기업과도 당당히 경쟁해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중소기업 협동화는 현 정부가 추구하는 중소기업 정책기조인 ‘자율과 경쟁’과도 그 방향을 같이함으로써 간접적이기는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많은 지원혜택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기업협동화전략이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어서는 안되고, 우리의 전통적인 협동방식인 두레 정신과 같이 공동이익 창출을 통해 모두가 살아남는다는 믿음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큰 영웅이 나올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고 중소기업들 스스로 작은 영웅이나마 만들어 자립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일이다.
박영배(세명대학교 경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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